나의 첫번째 배낭여행 (1)

1997년 여름 - 이집트, 이스라엘, 그리스 그리고 이탈리아

by 싱가포르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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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여행을 다녀오신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셨던 작가셨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그 일을 하신 분들 중에 한 분 이실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시면서, 잦은 출장을 다니셨고, 회사 생활 시절 일간지에 매주 칼럼을 싣고, 책을 내시면서, 아예 회사를 그만두시고, 그 일에 전념하셨었다. TV에도 종종 나오시고, 11권의 책을 내시고, 강연도 다니셨던거 보면, 우리 아버지는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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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1997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35일 간 여행을 떠났다. 고 2때 여름방학때, 여름방학 기간보다 긴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 담임선생님도 별 말씀이 없으셨다. 나한테 관심이 없으셨나? 우리 부모님도 특별히 나에게 공부를 얘기하진 않으셨고, 그렇게 나는 여행을 떠났다.

아버지가 여행기를 쓰셨던 만큼, 우리집 서재엔 여행 관련 책들이 빼곡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런 책들을 읽고, 유럽 여행을 꿈꿔왔었고, 책마다 깨알같이 내 생각들을 적어놨었다. 아마도 아버지가 책을 읽으시다가 내가 적어놓은 메모글들을 보시곤, 나에게 여행을 가자고 하셨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이집트의 카이로로 향했다. 중간에 중동의 어느 도시에 잠깐 경유했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어느 도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 기억 속에 그 도시의 밤의 모습은 질서정연했고, 너무나 깨끗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아마도 잘사는 중동의 두바이같은 도시였겠지? 그렇게 날아가서 카이로에 도착했고 카이로는 나에게 영화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내가 살던 한국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내가 인디애나존스 세트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였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선택한 호텔은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나올법한 그런 호텔이였고, 엘리베이터는 철제로 된 엘리베이터였고, 호텔방도 딱 소설속의 그런 중세 유럽의 느낌이였다.


방에 짐을 풀고, 먼저 기자의 피라미드를 보러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피라미드를 가는데, 택시 기사가 길을

골목길로 가더니, 말을 탄 사람이 따라붙었다. 말을 탄 사람이 손으로 택시를 두들기며 서라고 했고, 택시기사는 잠시 자리를 피하고, 말을 탄 사람이 칼로 위협을 하며 돈을 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침착하게 대응하셨고, 돈을 주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단 우리는 무사히 골목을 빠져나와, 기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기분은 여행을 할 기분이 아니였고, 벌써 지쳐있었다. 거기다가 돈을 달라는 아이들이 잔뜩 따라붙어 더 힘이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카메라를 들고 나를 챙기며, 묵묵히 피라미드로 향하셨다. 피라미드는 정말 엄청났다. 외관의 모습은 이미 너무 많이 봐왔지만, 내부의 모습은 신비스러웠다. 여행을 떠나기전 아버지가 나에게 일독을 권했며 주셨던 "신의 지문"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고대 이집트 문명은 인간의 창작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와서 눈으로 보니, 저자인 그레이엄 헨콕의 책이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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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호텔로 돌아와, 밤늦게까지 피라미드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신의 지문 관련해서 나의 생각을 말씀드렸는데, 아버지도 공감해주시면서, 즐겁게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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