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배낭여행(2)

일상에선 느낄 수 없는 감동의 밤 - 이집트의 시내산에서

by 싱가포르직장인
시내산을 다 내려와서- 예전 사진이라 화질이 안좋다


아버지와의 첫번째 배낭여행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물론 첫번째라는 이유도 있지만, 당시 17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버지는 회사를 다니실 적엔 무척이나 바쁘시고, 해외 출장도 많으셔서 자식들과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작가의 길을 가고 부터서는 우리와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으셨겠지만,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셨고, 아마 이 여행이 그 시작이였던 것 같다.


이집트에선 카이로 뿐 아니라 멤피스도 다녀오고, 피라미드 및 카이로 국립 박물관등도 다녀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내산(Mount Sinai)에서의 시간이였다. 카이로에서 몇시간을 달려 도착한 시내산은 정말 황무지위에 있는 돌산이였다. 거기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수도원에 짐을 풀고 둘러보았는데, 수도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도원에서 저녁을 먹는데, 모두들 관광객이였고, 새벽 3시에 만나서 같이 올라가기로 약속을 하고 모두들 일찍 잠자리에 들기 위해 헤어졌다. 얼마나 잤을까? 아버지가 급히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옷을 입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 근데 이미 다른 팀들은 모두 떠나고, 우리만 남아 있었다. 수도원은 밤에는 불을 켜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고민하시더니 우리끼리 산을 올라가자며 칠흙같이 어두운 가운데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아버지 손을 붙잡고 올라가는데, 혹여나 여기서 조난을 당하면 아무도 우릴 못찾을 것 같아 두려웠다.


그렇게 올라가다보니, 어둠이 눈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체팀을 산 위에 올려다 준 현지 낙타 가이드들이 내려오면서 낙타를 타겠냐며 권유를 했다. 그 권유를 뿌리치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가 좀 쉬자며, 바위를 찾아 앉았다. 그때 아버지가 하늘을 한번 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까지 넘어질까봐 땅만 보며 걷다가 처음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밤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17년 평생에 본 적이 없고, 나는 그 이후에도 40이 될 때까지 그런 밤하늘을 본 적이 없다. 밤하늘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둘이 그때 얘기를 나누거나, 이런 감정을 공유하진 않았지만, 아버지도 그 순간 나와 같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곳에서 가족을 생각했고, 이 순간의 감동을 나의 아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난 지금 아들은 없고, 훨씬 이쁜 딸이 있어, 딸이 커서 같이 시내산을 올라갈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꼭 함께 올라, 이 순간을 같이 나누고 싶다.


나에게 여행의 의미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순간에 있다. 감동적인 순간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은 일상에선 느끼기가 어렵다.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되는 것이 나에겐 여행의 의미이다.


다시 시내산 얘기로 돌아가자면, 시내산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구약성경에서 굉장히 중요한 성스러운 장소이다. 산의 정상에 오르면, 작은 예배소 같은 것이 있고,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그곳에서의 일출은 새벽 3시에 깨서 올라올 만한 가치가 있다. 끝없이 펼쳐진 장대한 지평선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광경은 마치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는 그때가 이랬을까 하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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