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의 자가격리 생활 3일째를 마치며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벌써 3일이 지났다.
그냥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시간이 안갈것 같으면서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밥을 챙겨먹고, 청소하고, 씻고, 빨래하고 이런 집안 살림들을 하다보면 시간은 어느새 밤이 되어있다.
오늘은 오후에 핸드폰 사진첩을 한참이나 보았는데, 아이의 어렸을때의 사진부터, 우리 부부의 신혼때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찡해왔다. 혼자서 싱가포르에 앉아서 지지리 청승을 떨고 있다...
음악도 틀어놓고,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혼자 영화관에 앉아서 최근 기억들을 마치 영화처럼 보는 기분이였다..
내가 싱가포르에 오기 전에, 전 직장의 높으신 분이 내가 퇴사를 하고 싱가포르로 간다고 하자, 나를
미팅룸에 불러놓고, 1시간 가량 본인의 생각을 말씀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 분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5년 정도를
직장생활을 하다 오신 분으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었다.
"싱가포르에서 폐인되는 사람들 많이 봤다. 매일밤 한국 예능, 드라마 보고, 그냥 집에서 시간 축내다가 이루는 것 없이 다시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 많아. 너 영어 잘해? 아니지? 그럼 거기 가서 너 성공 못해. 그냥 다니던 직장 잘 다녀"
난 그 분의 말씀에서 폐인이라는 말이 너무나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래서 한국 예능/드라마는 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 부분을 지금까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영어공부의 명목으로 넷플릭스에서 미드는 즐겨보고 있다. 코로나 전까지는 바쁜 회사 생활과 출장등으로 집에 있을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 분의 말씀이 와닿지 않았는데, 코로나 이후, 싱가포르에 1달 이상 집에만 있으면서, 시간을 잘 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그때 그 분의 말이 없었다면, 나도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 같다.
싱가포르에 도착해 3일전부터 시작된 자가격리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아래와 같이 나름의 룰을 정했다.
1. 맛있는거 시켜먹기 - 아침엔 커피와 샌드위치를 배달시키고, 그리고 저녁과 점심 중 한끼는 맛있는것을 시켜먹고 있다.
2. 음악듣기 - 집에 음악을 틀어놓고, 공간을 채운다
3. 독서 - 하루 1시간 이상 꼭 책을 읽는다.
4. 운동 - 푸쉬업이나 맨손운동을 30분 이라도 한다.
5. 가족에게 이메일 쓰기 - 하루에 한번 가족과 이메일을 주고 받기로 했다. 아직 시행전
6. 광합성 - 발코니에 수시로 나가서 햇빛을 쬔다.
꼭 수감생활을 체험하는 것 같지만, 이제 오늘밤만 지나면 10일만 남은 관계로,
지금처럼만 시간이 잘 가준다면, 금방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