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삶

목적이 없는 여행하는 삶

by 싱가포르직장인
게티센터.jpg LA여행 중 게티센터에서 찍은 노을 사진- 잊지못할 아름다웠던 풍경


동경했던 여행자의 삶


나는 늘 여행하는 삶을 동경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는데, 한 곳에 머물며 평생을 사는 것은 나의 인생을 빈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88년 해외여행이 자율화되면서, 막 서점에 나오기 시작한 여행 서적들을 발견하곤, 그 책들을 몇 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김정미 라는 분이 쓴 '배낭하나 달랑메고'가 그 당시 유행이였는데, 그 분의 자유로운 삶이 그 당시에 무척이나 멋져보였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국내 배낭여행을 떠났었고, 방학때 미국 LA에서 약 40일 정도 가족들과 머물렀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는 가족들과 1달간 유럽을 배낭여행으로 다녀오는 한편, 대학생이 되면서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마음껏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군대를 다녀와선 군대 시절 읽었던 '론리플래닛'을 통해 꿈꿔왔던 라오스,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를 100일이 넘는 기간동안 다녀왔고, 그 여행 당시 베이스캠프였던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는 마치 그 동네 토박이 인 것처럼 돌아오면 반가워 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늘 묶던 숙소에 묶다보니, 마치 집에 돌아온 양 편안한 기분을 느끼곤 했었다. 그 후 호주에서 6개월, 이직하면서 하와이에서 1달 정도 살아보고,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다. 물론 나보다 훨씬 많은 여행 경험과 다채로운 국가에서 살아본 분들도 엄청나게 많겠지만, 나도 내 팔자에 역마살이 낀게 맞는 것 같다.

힐튼 오다이바.jpg 도쿄 여행 중 묶었던 힐튼 오다이바의 로비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진


나는 왜 그토록 여행을 하고 싶어 했을까?


대학시절, 여행은 무작정 좋은 거라고 생각했고, 다녀오면 남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밤늦게 버스를 타고 태국 국경을 넘어, 아침에 캄보디아에 들어가, 비포장 도로를 4시간을 달려 씨엠립에 도착했었던 고생, 라오스에서 아무것도 개발되지 않은 정말 1960년대의 우리나라 모습 같은 도시를 접했던 충격, 방콕의 카오산로드의 그 수많은 외국인 여행자들로 가득차 있던 광경이 주었던 경이로움. 그 당시 사진의 나를 보면, 다 헤어진 반바지와 샌들 그리고 완전히 검게 그을린 피부를 한 모습의 나를 만날 수 있다. 그 당시 나는 자유로웠고, 또 자유로웠다. 나는 무척이나 즐거웠고, 그때의 나는 반짝반짝 빛이 났었던 것 같다. 어디든 갈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고, 젊음이 있었던 그때.

그때도 여행하던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한 때 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었다.


나는 그렇게 동남아시아에서의 100일을 보내고, 바로 한국에 와서 준비 후 호주의 퍼스로 떠났다. 클레어몬트라는 동네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 살았던 그 6개월 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궁상을 떤 기억 밖에 없다. 집이 골프장과 붙어있었던 집이였고, 바로 옆에 public pool이 있었지만, 난 한번도 골프를 쳐보지 못했고, 수영장도 이용해본 적이 없었다. 일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한국에서도 안해본 막노동을 호주에서 도전해보고(너무 힘들어서 1주일밖에 못했다), 식당에서 접시 닦이를 했으며 (이게 천직이였다. 심지어 보조 요리사로 승진도 했다), 주1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로컬 교회 클래스를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했었다. 같이 호주로 향했던 친구는 그런 내가 답답했던지, 자기는 호주를 더 느끼겠다고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다. 그 이후로 호주에서 나는 혼자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귀게 된 친구들이 있었고, 로컬 교회에서 친구들을 만들었지만,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좋아, 쉬는 날이면 도서관에서 빌려온 영화들을 집에서 보곤 했었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수입이 나쁘지 않아, 이대로 호주에서 자리를 잡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처음에 내가 호주를 가려고 했었던 목적은

사라지고, 나는 호주의 퍼스라는 낯선 도시에서 여행이 아닌 루틴한 삶을 살고 있었다. 좋은 자연 환경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겠다고 했던 나의 컸던 포부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게으른 나에겐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었던 목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늦은 나이에 다시 영어를 공부하기위해 떠났던 하와이 한달 살기에서는,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한 탓의 시행착오로 한달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고야 말았다. 한달은 무엇인가를 맘먹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였고, 아쉬움만 가득남기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달간 나는 다시 학생이 된 기분으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수영을 하면서 모처럼 건강한 몸을 잠깐 가질 수 있었고, 가족들과

정말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으니, 이번에도 영어를 가지진 못했지만 그나마 남긴 것은 있었다.

하와이.jpg 가족들과 마우이 여행 중



싱가포르에서의 삶 - 새로운 여행의 시작

싱가포르.jpg 스위소텔 스템포드호텔 객실 발코니에서 찍은 마리나베이샌즈


지금도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지만, 서울을 왔다갔다하면서 살다보니, 마치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지금 집의 거실에는 캐리어가 세워져있다. 실제 해외에서 직장을 다니며 사는 것을 얼마나 꿈꾸었었는지 모른다.

결혼하기 전, 싱가포르의 MBA에 가서, 싱가포르의 미국 IT회사의 APAC에서 일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나오지 않는 성적으로 포기했었던, 싱가포르 생활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고 싶었던 나의 어린 시절의 꿈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여태까지 여행을 하면서, 크게 얻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번 싱가포르 여행은 끝나는 날에는 이런 허무한 느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허무함이 아닌 성취감을 느끼고, 이 곳에서의 경험이 나의 앞으로의 직장 생활에 큰 경력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가족들과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


근데 지금 싱가포르에 나와 있지만, 다시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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