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같지 않네

나도 꼰대일뿐

by 싱가포르직장인

한국 비즈니스를 혼자 하다보니, 함께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아직 헤드카운트가 정식으로 나온게 아니라서, 일단 먼저 6개월 정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사람을 구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지만 급여는 대기업 월급 이상 수준으로 맞췄고,

좋은 사람을 뽑고 싶었다. 업무는 한국 총판의 사무실에서 하게 될 예정이었다.


아르바이트인데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난 운이 좋았다.

주변에 지금 일을 쉬고 있는 사람 중에, 예전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 있어

의향을 물었고,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TM으로 가망 고객들께 전화를 드려 Sales lead를

만드는 일을 할당해주었다. 아주 젊고, 열정이 넘치는 친구로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예전에 그 친구가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믿고 일을 맡겼다.

중간 체크같은건 서로 불편할 것 같아서, 서면으로 일주일에 한번 일의 progress를

체크하기로 했다. 그렇게 두 달 정도가 흘렀는데, 나는 그 친구가 일을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역시 의사소통이 중요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피드백을 주며,

목표를 정확히 부여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저 좋은 사람으로 남는 다고 일이 잘되는 것은 아니였다.


얼마 전부터 매주 월요일에 30분 정도의 미팅을 통해, 지난 한 주 간의 일을 보고받고, 금주의 계획을

공유받았다. 그렇게 일의 progress를 체크하게 되니, 몇 개월동안 일을 했는데, 이렇다할 결과물이

없었다. 나는 답답했고, 그 간 체크를 안 한 내 자신을 원망하며, 그 친구와 협의를 한 후, role를

좀 더 확장시켜주었다. 단순 call을 통한 리드 생성이 아닌, 이제 고객사 미팅 및 딜 클로징까지 역할을

확장시켜주었다. 그리고 계속 동기 부여를 위해 프로모션등을 제공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회사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더니, 그 친구를 정규직으로 입사시키면 어떻겠냐는 나의 의향을 매니저가

물을 정도 였다. 내가 왜 그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을까? 아마도 내가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내가 그 친구에게 화를 내는 일이 발생했다. 매주 30분간의 미팅에 대해서 그 친구가 나에게 불만을 얘기했다. 자기는 아르바이트 인데, 이렇게 관리 받는것이 힘들다는 얘기였다. '저 아르바이트 예요, 이사님' 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때까지, 나는 그 친구에게 팀의 일원으로써 같은 공동체가 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 출장 동안, 거의 매일 점심을 같이 하고, 회식때도 늘 함께여서 였을까? 그런 자리에 빠지기 싫어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그 친구가 팀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내가 잘못 생각한게 맞다. 아르바이트라는 계약의 형태는 그러한 로얄티를 요구하면 안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항상 자기의 기준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나는 나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했다. "나 때는 말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을 보니, 나도 어느새 꼰대가 되었다.


"우리가 분기 마감일땐, **씨도 함께 urgency를 느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말은 나의 기대를 담고 그 친구에게 전달 되었지만

부담스럽다는 답으로 돌아왔다


이번 일을 통해, 나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막연히 잘할꺼라는 나의 생각의 위험성도 알게 되었고, 그렇다고 또 너무 많은 기대를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주어진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과 관심 그리고 때로는 정확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될 뿐 만 아니라, 추후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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