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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가포르직장인 Sep 27. 2020

시간을 채워나간다는 것

외노자, 그리고 독거노인의 삶

누군가는 싱가포르의 콘도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것이 부러워 보이나 보다. 

통화를 하게 되면, 나의 생활이 부럽다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는 그들에게 내 생활을 소개해주고 싶다.


나는 한없이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내가 원할때 밥을 먹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내가 자고 싶을때 자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그렇다 나는 정말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나는 온전히 자유를 누리고 있다..아니다 나는 온전히 혼자다. 


일을 할때를 빼놓고는, 아침 시간 및 저녁시간, 그리고 주말에는 혼자 독백의 시간을 갖고 있다.

친구는 나에게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에 뇌를 맡겨보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줬지만, 이미 질릴만큼

본 유튜브는 이제 더 이상 재미가 없다. 넷플릭스도 이미 두루 섭렵한 터라, 내가 디지털의 세계에서 즐거움

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렇게 되자,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말 작은 이 집에서 나는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소파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커피도 마시고, 가끔은 밥도 먹는다. 그리고 컴퓨터를 하기 위해 소파에서 몇 걸음

떨어져있는 식탁에 앉거나, 졸리면 거기서 또 몇걸음 떨어진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눕곤 한다. 이 작은 집에

방이 2개가 있는데, 책상을 놓고, 업무를 하기 위해 꾸며놓은 방은, 문을 닫아놓고, 거의 들어가지도 않는다.

나는 정말 한정된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좋은 스피커를 사고, 좋은 의자를 사고, 공간을 향기로 채울 디퓨저도 사서

어떻게라도 즐거움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일까? 쉽게 즐거움이란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삶을 살면서, 나는 내 미래의 노년의 삶을 생각해보았다.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겠지만, 더 쇠퇴한 몸을 가지고, 집안에 틀어박혀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나를 생각해보았다. 지금은 내가 하고 있는 일도 있고, 내 생활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것들 조차 모두 사라진 내 노년의 삶을 생각해보니, 아찔하다.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에서 운동도 하고, 새로운 취미 생활도 하면서 즐거운 생활을 하는 반면,

코로나가 만들어준 고립된 상황에서, 어찌할지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이 왠지 적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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