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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가포르직장인 Apr 24. 2021

시설에서의 자가격리

호텔에서의 격리 14일

얼마전 서울에서 싱가포르로 왔고, 격리를 시작했다. 난 이번이 6번째 격리이다. 매번 집에서 하던가, 에어비앤비에서 내가 골라서 격리를 했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이 심해지면서,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인은 무조건 시설 격리로 바뀌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출장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오면서, 나는 나의 호텔운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기 전에 봤던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5성급 호텔들 샹그릴라나 리츠칼튼등에서 격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봤고, 최근엔 스위소텔에서 많이들 하는 것 같아서, 스위소텔에서 묶게 되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싱가포르에서 살던 친구가 스위소텔에 귀신이 나온다는 얘기를 하길래, 더 좋은 다른 호텔이 걸리길 바라고 있었다.


공항에서 내리고, 절차를 밟고, 공항밖 PCR 테스트 장에서 또 한번 테스트를 받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갓난 아기를 안고 있는 한국 여성분이 계셨고, 백인들과 싱가포르인들로 채워져있었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CBD 지역으로 진입했다. 이때부터 다들 창밖을 쳐다보았다. 리츠칼튼을 지나고, 만다린 오리엔탈도 지나고 좋은 호텔들이 스쳐지나갔다. 점점 더 시내로 버스가 진입하면서, 나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설마.....

버스가 인터컨티넨탈 호텔 앞 신호에서 정차했을때, 나는 인터컨티넨탈에 묶게 되었구나 하며 안도했다.

근데 버스가 또 다시 호텔을 스쳐지나가 버렸다. 대체 어딜 가는거지?


버스가 알 수 없는 호텔로 들어갔다. 외관부터 낡은 이 호텔에 묶게 되는건가? 먼저 온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우리 버스 차례가 온 후에 우리가 내렸다. 내가 공항에서 테스트를 받았을때 미리 계산을 안해서 버스를 한대 늦게 탔었는데, 내가 놓친 그 버스는 과연 어디로 향했을까? 그건 지금도 궁금하다.


호텔에 내려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방을 배정 받았다. 갓난 아기와 같이 온 여성분은 배려를 받아 먼저 방으로 올라갔고, 나머지는 순서대로 방을 배정 받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문을 열고 방을 처음 봤을때의 그 느낌...방은 정말 낡았고, 어두웠다. 천장에 등도 없어서, 스탠드를 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미 그때가 12시가 넘은 시간이여서, 대충 씻고 잠을 잤다. 나는 여기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바퀴벌레도 엄청 많을 것 같은 그런 느낌...거기다가 준비해준 물에서 냄새가 나서 물도 마시지 못한 채 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여기 분명 싱가포르인데.....나 중국에 있는거니?

화장실 물은 먹기 싫어요
이 물은 대체 몰까요?

다음날 아침이 되고, 월요일이라 일을 하고 있었는데, 방에 알수 없는 소음으로 계속 신경이 쓰였다. 창밖을 보니 내 창밖은 에어컨 실외기 전망 방이였다. 대형 실외기가 8대가 바로 밑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14일 동안 묵어야 하는 방을 이런 방을 줬다는게 화가 났다.  이걸 핑계로 방을 바꿔달라고 전화를 했다. 당장 바꿔주겠다며 방을 바꿔주었는데, 높은 층수로 올라갔고, 방은 확연히 달라졌다. 리노베이션을 한 듯한 방에는 새 가구들과 의자도 여분으로 주고, 일단 창이 커다랗게 나있어 개방감도 있었다. 난 방을 바꿔달라고 말하길 천만 다행이라며 안도했고, 짐을 풀고 지금까지 14일을 보냈다. 천만다행으로 무서웠던 벌레들도 한마리 없었다.

엄청난 소음을 제공했던 실외기들

호텔의 규칙은 1주일에 수건 2장, 베게시트 및 침대시트는 1주일에 1회 제공(본인이 직접 갈아야 함), 물은 1일에 600ml 한병, 식사 3식 제공 그리고 커피와 코코아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난 가족들이 2일째 바로 와서물과 과일들을 챙겨줬었고, 주말에 와서 먹을껄 챙겨줘서 버틸 수 있었다.


시설 격리에서 어느 호텔에 묵는지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일단 창문이 열리고 발코니가 있는 호텔에 배정받으면, 2주를 버티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카페트 방에 창문이 안열리고, 환기가 전혀되지 않는 방에서 2주를 지낸다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일이다. 청소기를 빌려서 2일에 한번씩 청소기를 돌렸지만, 그래도 먼지가 많은 느낌이다. 그리고 좋은 호텔들은 당연히 밥도 잘 나온다. 그리고 물도 미네랄 워터를 박스채 넣어주는 호텔도 내가 봤다. 근데 여기는 물인심도 너무 야박해서.....물을 아껴먹어야 한다...


한국 출장을 또 가야 하는데, 이 호텔 격리가 무서워서 다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 번엔 좋은 호텔에 걸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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