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가포르직장인 Jan 12. 2022

싱가포르에서 3년차

어느새 싱가포르에서 살게 된지 3년 차가 되었다. 혼자 싱가포르로 와서 집을 구하고, 생면부지의 외국인들과 일을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싱가포르 생활이, 이젠 서울보다 싱가포르가 집인것 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었으니 참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이제 3년 차가 되면서, 언제까지 이 곳에서 살 수 있을 것인지, 아니 살아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도 된 것 같고, 내가 현 직장에서 언제까지 일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3년을 살았다고 하지만, 많은 시간 서울로 출장을 다녀왔고,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을 싱가포르에서 겪으면서 나는 싱가포르 생활에서 특별함을 느낄 기회를 갖기가 어려웠다. 첫 몇 개월동안은 회사 출근을 하면서 직장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미팅을 하면서 문화의 차이도 느낄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싱가포르라고 특별할 것은 없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나의 싱가포르 생활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딸이다. 가족들이 싱가포르에 정착하게 되었고, 특히 딸아이가 국제 학교를 다니면서, 딸이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고 영어가 느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생겼고,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중국어 공부까지 시작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경우엔 싱가포르에 있으면서, 싱가포르에서 새롭게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에게서 몇 번의 컨택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싱가포르에서 한국 비즈니스 런칭을 맡아달라는 요청들이였다. 특히 한 회사에서는  VP가 계속 연락을 주면서, 연봉과 비전에 대해서 설명을 주셨었는데, 이러한 기회들이 주어진다는 것이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큰 장점인 것 같다.  또한 싱가포르에서 그동안 내가 APAC 사람들을 멀게 만 느꼈었는데, 여기서 일하면서 그들의 생각하는 로직과 APAC이 돌아가는 상황들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되었다는 점도 장점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내 매니저들이 바뀌고, 여러 회사 출신들을 매니저로 모시면서, 그들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에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눈여겨 보았고, 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경험'이 가장 큰 그들의 자산이라는 것이다. 각 나라에 대한 큰 전문성은 없지만 그들은 오랜기간 여러 나라들을 매니징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그 경험을 토대로 상황에 대한 판단이 빨랐고, 다양성에 대해서 많이 오픈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이 싱가포르 생활이 예정했던 2년을 넘어가면서, 조금은 이 생활에 대해 간절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평화롭고 특별한 인간관계에 엮일 일이 없는 싱가포르 생활에 젖어들면서,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같아서 이제 슬슬 조바심이 난다. 새해가 된 만큼, 조금은 더 열정적으로 이 싱가포르 생활에 임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시설에서의 자가격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