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싱가포르에서 살게 된지 3년 차가 되었다. 혼자 싱가포르로 와서 집을 구하고, 생면부지의 외국인들과 일을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싱가포르 생활이, 이젠 서울보다 싱가포르가 집인것 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었으니 참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이제 3년 차가 되면서, 언제까지 이 곳에서 살 수 있을 것인지, 아니 살아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도 된 것 같고, 내가 현 직장에서 언제까지 일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3년을 살았다고 하지만, 많은 시간 서울로 출장을 다녀왔고,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을 싱가포르에서 겪으면서 나는 싱가포르 생활에서 특별함을 느낄 기회를 갖기가 어려웠다. 첫 몇 개월동안은 회사 출근을 하면서 직장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미팅을 하면서 문화의 차이도 느낄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싱가포르라고 특별할 것은 없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나의 싱가포르 생활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딸이다. 가족들이 싱가포르에 정착하게 되었고, 특히 딸아이가 국제 학교를 다니면서, 딸이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고 영어가 느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생겼고,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중국어 공부까지 시작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경우엔 싱가포르에 있으면서, 싱가포르에서 새롭게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에게서 몇 번의 컨택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싱가포르에서 한국 비즈니스 런칭을 맡아달라는 요청들이였다. 특히 한 회사에서는 VP가 계속 연락을 주면서, 연봉과 비전에 대해서 설명을 주셨었는데, 이러한 기회들이 주어진다는 것이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큰 장점인 것 같다. 또한 싱가포르에서 그동안 내가 APAC 사람들을 멀게 만 느꼈었는데, 여기서 일하면서 그들의 생각하는 로직과 APAC이 돌아가는 상황들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되었다는 점도 장점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내 매니저들이 바뀌고, 여러 회사 출신들을 매니저로 모시면서, 그들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에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눈여겨 보았고, 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경험'이 가장 큰 그들의 자산이라는 것이다. 각 나라에 대한 큰 전문성은 없지만 그들은 오랜기간 여러 나라들을 매니징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그 경험을 토대로 상황에 대한 판단이 빨랐고, 다양성에 대해서 많이 오픈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이 싱가포르 생활이 예정했던 2년을 넘어가면서, 조금은 이 생활에 대해 간절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평화롭고 특별한 인간관계에 엮일 일이 없는 싱가포르 생활에 젖어들면서,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같아서 이제 슬슬 조바심이 난다. 새해가 된 만큼, 조금은 더 열정적으로 이 싱가포르 생활에 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