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가포르직장인 Feb 27. 2021

해외 생활에 대한 단상

아이 교육과 우리 가족의 삶

우리 아이가 새롭게 다니게 된 학교



40년을 한국에 살면서, 나는 종종 해외에서 살고 싶어하는 소망을 새해소원으로 기원하곤 했다.

한국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을꺼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아이에게도 더 좋은 선택일꺼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미국은 선택 옵션에 없었고, 싱가포르나 호주, 그리고 캐나다 같은 곳으로 가서 살고 싶었다. 그냥 미국은 무서웠다. 그리고 완전히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이민은 싫었고, 직장으로 2년 정도 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지금 약 1년 반정도 직장일로 인해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


요새 가족들이 싱가포르에 와서 같이 살면서, 특히 여기 나이로 7살인 아이가 싱가포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기에 더 오래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아이는 여기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무척이나 높다. 어떤 면이 좋은지 물어보면, 선생님이 좋고, 여러 나라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한다. 일단 아이가 학교에 만족을 하고, 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것에 무척이나 안도가 되지만,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는지, 수업은 잘 따라가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교우 관계도 그렇고, 학교 수업도 그렇고, 하나 하나 다 신경이 쓰이다보니, 나도 학교에서 오는 메일들을 꼼꼼히 읽어보게 되고, 아이가 학교에서 끝나고 오면, 스쿨버스에 내리는 딸 아이를 데려오면서 학교 일과에 대해 물어보고 듣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특히나 버스에서 내리는 딸 아이의 얼굴이 안좋으면, 혹시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하루 종일 아이의 기분만 살피게 되었다.


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에 13명 정도의 학생이 있는데, 한국 2명, 일본 2명, 인도 2명, 홍콩 1명, 호주 2명, 뉴질랜드 2명, 영국 2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백인 남자 아이들이 인기가 많고, 교실에서 수업을 주도하는 것 같았다. 우리 딸은 한국과 홍콩, 인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고, 특히나 홍콩 친구와는 매일 점심을 같이 먹고,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인도 친구들이 점심을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인도 친구들이 너무 이쁘다며 부러워한다. 그리고 한국 친구와는 벌써 엄마들끼리 교류가 되어서, 집도 서로 다녀오고, 주말에도 만나서 같이 놀 정도로 친해졌다. 이렇게 조금씩 딸 아이가 싱가포르에 적응을 하게 되면서,

나도 싱가포르에 정을 붙여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요새 아침 조깅을 시작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모두가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집 근처에 정말 근사한 공원을 발견하게 되면서,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된 것도 모자라,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집 근처 공원은

정말 근사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될 정도로, 나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여기가 유럽인지 싱가포르인지 헷갈릴 정도로 유럽의 느낌을 닮은 공원이다. 푸르른 잔디밭과 조경을 잘해 놓은 공원에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과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오전에 꽤 있다. 특히나 이 곳이 홀랜드 빌리지 인근이라, 유러피안들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더 유럽같이 느껴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집 근처의 공원의 한가한 모습


오전 7시 반의 싱가포르의 날씨는 선선하다. 집에서 나와, 조금 걷다보면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예쁜 집들과 잘꾸며진 조경수들 사이로 걷다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요샌 비오는 일도 거의 없어, 하늘도 항상 맑고 쾌청하다. 그렇게 1Km를 걷다보면 공원이 나오고, 그때부터 뛰기 시작한다. 하루 약 4Km를 뛰는데, 4Km를 다 뛰는 건 아니고 1Km를 뛰고, 걷다가 또 뛰고 이러고 있다. 안하던 운동을 해서 그런지 무릎이 아파서, 그 핑계로 새 조깅화도 장만했더니, 기분이 날아간다. 푹신한 쿠션의 조깅화와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면서, 나의 싱가포르 생활도 조금은 길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와서 적응을 하고 살다보니,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딸이 학교를 다니면서, 외국 친구들과 지내며 조금은 글로벌한 생각을 가지고, 영어도 잘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나도 무언가 이 생활에서 얻어가는 것이 있도록 조금은 노력을 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Hiring Proces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