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 뿐이야
가끔은 멈춰서 생각할 시간도 필요해
호기심 천국. 새로운 게 최고야 짜릿해!
나는 어려서부터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끝내본 적이 없다. 일에 익숙해질 때쯤 되면 또 다른 일을 찾아 떠났다. 아늑한 고향집을 떠나 상경하기로 결심했던 이유도 그냥 막연하게 내가 재밌어하는 일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지만,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있겠다 졸업까지도 한 학기밖에 안 남았겠다. 딱히 무리가 될 이유는 없었다.
뜬금없는 번아웃
열정만 가지고 서울로 상경해 학원을 다닌 지 어느덧 3개월쯤 되었다. 다른 수강생들은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데, 내 열정은 차게 식어버렸다. 남들은 이제 막 불타올라서 저만치 앞서가는데 내 연료통은 이미 텅 비어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기 비하로 돌아왔다. '나는 왜 이리 끈기가 없지?',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성공을 바라는 건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해낸 게 뭐가 있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이 질문들에 자극받기는 커녕 오히려 더 무기력해졌다. 습관적인 자기 비하에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니 그저 침대만 보면 눕고 싶어졌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그런 날이었다. 아니, 오늘도 그저 그런 날 중 하루가 될 ‘뻔’했다. 하지만 우연히 어떤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
생각의 전환
이런 내 모습을 꼭 고쳐야 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산다고 해서 꼭 그것만이 정답일까? 나는 한 가지 일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덜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지금까지 나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단 한순간도 열심히 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새롭고 다양한 일들에 도전하며 내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고, 그래서 한 가지 일에 오랜 기간 동안 관심을 가질 에너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새로운 배움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같은 일을 계속해나갈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어찌 됐던 나는, 내 세계를 확장시키는 일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성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꿈꾸는 개구리가 되고 싶다
진득하게 한 우물만 깊게 파다가 그 속에서 보석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우물 속에서라면 무의미한 발버둥질로 연명하는 개구리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물 밖에서 마주칠 수많은 위기를 이겨낼 용기를 지닌 사람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보다는 물과 땅을 자유롭게 오가며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몽상하는 개구리가 되고 싶다. 내 방식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면 된다. 나는 그래야만 하는 사람이다.
오류의 미학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듯이, 어설프게 흉내 내봐야 수박도 아니고 호박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된다. 또 혹시 모르지. 언젠가는 수박이 호박 되고 싶어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겪어내고 있는 나의 친구들이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만의 아름다운 개성을 스스로 지워내지 않기를 바란다. 남들과 달라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결점들은 사실 남들과 구별되기 때문에 더 가치 있고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의 내일은
청춘들이 그들만의 고유한 빛을 잃지 않고 진정한 어른이 되면, 생명을 잃고 회색빛이 되어버린 사회도 다시 생기를 되찾을 것이다. 우리들이 만들어 낼 다음 세상은 모두가 자신만의 빛깔을 맘껏 드러내며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