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최근에 어디선가 들었는지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그랬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도 않으면서, 모두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고.
뜨끔했다. 내 얘기네..?
이주 전쯤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한국 책방이 생겼고 거기서 독서 모임을 하는데 같이 가자고. 내용을 보니 독서 토론이 아니다.
소정의 적은 금액을 내고 다같이 모여 음악 듣고 차 마시며 함께 책을 읽는 모임인 거다. 너무 맘에 들잖아.
내가 독서모임을 하고 싶으면서도 싫은 건 그 의무감. 그리고 독서모임의 책들… 뭔가 어렵고 무겁고… 인생도 고단한데 뭐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난 그런 거 관심 없고 모르겠고… 알면 지식이 되겠지만 난 그냥 내 고단한 삶을 편안하게 해주거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에세이 소설 이런 게 좋은데… 그랬었다. 그리고 열띤 토론을 통해 나의 통찰력과 지식 자랑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 내가 독서토론을 안 해봐서 갖고 있는 선입견 같지만 말이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싫었다.
그런데 뭐 음악 듣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단편소설 한 개씩 읽고 맘에 드는 문구 필사도 해보고 그러라는 거다. 심지어 이 독서모임을 신청한 사람이 나와 내 친구 둘 뿐이라 책방 주인장과 셋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필사한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 얘기를 하다가… 대문자 T인 내 친구가 속얘기를 하며 울먹이는데 대문자 F인 나는 옆에서 따라 울먹이고. 안그래도 친구는 책 읽기 바로 전 최근에 겪은 속상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행간을 읽다 보니 울컥하며 맘에 와닿은 듯 싶었다.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
이 작가는 상실감에 대한 부분을 잘 건드린다고 책방주인이 말한다. 내가 필사한 두 글귀가 바로 그 상실감에 대한 글이었고 그중 하나.
보다 정확히는 네가 아닌 너의 부재로부터 무언가 배웠다고…. 우리 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이 있고 아마 나는 그걸 너에게서 배운 것 같다고.
내 쪽지글.
살다 보면 인연. 관계의 끝. 을 경험하게 된다.
다 말하지 못하고
다 헤아리지 못하는 말과 마음
그로 인한 오해
관계의 끝
세월이 지나 경험이 쌓이고 인생을 배우며 그제야 깨닫는 것들.
친구의 필사 내용 중 하나.
실력도 안 될뿐더러 지금 내 마음을 어색하게 번역했을 때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누락과 손실이,… 고통만큼은 내 슬픔의 언어, 감정의 뿌리, 모국어로 말하고 싶었다.
친구는 이 부분에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친구의 마음을 나의 입을 통해 전했다. 외국인 남편을 둔 우리는 그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누락과 손실이 어떤 건지 너무나 알고 있기에.
오랜만에 책을 읽고 나누는 재미를 느끼고 다시 책을 가까이 두어야겠다…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