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사람들

비움과 채움의 발란스

by MengFei

지난 몇 년간 나는 비움을 통해 평화를 얻었다.

내 것이 아닌 것, 갖지 못하는 것, 내게 주어지지 않는 것들에 욕심내지 않으려 했고 서서히 비워내는 연습을 했고, 그러다 보니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함이 깃들면서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삶이 충만했고 행복했으며 더 이상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행복해졌다. 그리고 계속 비워내며 마음의 충만함을 얻었다.


그런데 말이다. 회사에 한국에서 온 주재원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말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고 있는 듯이 보인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다들 애들 영어교육을 위해서 어떻게든 여기에 남고 싶어 애를 쓰고, 거의 매주 골프를 치러 다니고, 40 중반을 바라보는 아줌마나 50이 된 아저씨나 이직을 하거나 학벌을 높이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억대가 넘는 EMBA를 하고, 집이 좀 작아도 어떻게든 프리미엄지역 혹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저 어디 살아요~ 하기 좋은 곳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막 부임해서 온 분들을 보면 일단 관리가 엄청 잘 되어있다. 피부는 눈부시게 반짝이며 명품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돈이 많은가 보다 싶다. 인스타에서 명품 도배한 인플루언서 구경하는 것처럼, 이분들도 보면 광나는 피부에 패션 주얼리 신발 등등 내가 인스타에서 보던 한국 사람들이 실생활에 옮겨져 있는 것만 같다. 하루에 걸치고 있는 것만 일단 귀걸이 반지 팔지값만 합쳐도 몇천만 원어치다.


나는 피부과에 몇백만 원씩 돈 쓰는 게 습관이 안 들어있어서(?) 돈이 아깝다. 다들 한국 가면 채우고 당기고 오는데 그래서 별로 안 비싼 줄 알았는데… 어머낫… 오랜만에 한꺼번에 이것저것 보수공사? 하는데 삼사백만 원을 쓰고 온다… 끊임없이 새로 산 명품 신발 옷 악세사리 등이 눈에 띈다. 다들 어디 일확천금이 있나 싶게 애들 케어해 가며 그렇게 사는 게 신기하다. 보고 있음 남들은 다 돈이 많은데 나만 없나? 싶은…


처음 취직을 했을 때는 이런 모든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반년마다 오고 가는 한국 사람들을 관찰하고 작은 한국 사회 속에 살다 보니, 어느새 나도 저들처럼 사고 싶고 입고 싶고 당기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더 눈에 띄기 때문에 소수이나 크게 보인다.


그런데 정말 가방 사는데 천만 원의 가치가 있는지, 보석 사는데 천만 원의 가치가 있는지, 나는 그걸 정말 갖고 싶어서 사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뭐라도 갖고 있고는 싶어서 소비를 하려는 것 같다.


결국 70%의 확률로 나는 그 돈을 나를 위해 쓰지 않는다. 물론 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게 일번의 이유지만. 나도 그 돈을 나한테 쓸수는 있다. 단 우선순위가 많아 밀리는거라고. 어쨌든, 천만 원씩 주고 산 에르메스 샤넬 디올 가방들은 일 년에 다섯 번도 들 일이 없고 이백만 원 가까이하는 신발들도 일 년에 며칠 밖에 안 신는다. 회사를 안 다닐 때는 대부분의 날들에 운동복만 입고 다녔고 한껏 꾸미는 기념일 혹은 친구 만난다고 꾸미고 나가는 날이 일 년에 몇 번 안 된다. 회사를 다니고부터는 퇴근 후 운동을 바로 가기 때문에 신발은 늘 운동화 가방은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고 가벼운 거만 들고 다닌다. 퇴근 후 친구를 만나는 일이 한 달에 한 번도 잘 없고 주말에는 피곤해 뻗어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다니건 안 다니건 나를 치장할 시간이 없다. 뭐 물론 관리 잘하는 여자분들은 매일매일 치장을 하겠지만 난 그렇게 부지런한 타입은 아니다.


여하튼 나는

늘 비움과 채움 이 사이에서 적당히 줄다리기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도 지기도 하면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그런 자기 합리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쟁선포, 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