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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ngFei May 30. 2024

다시, 시작

무너져 내린 자존감을 회복하다

아이를 포기하는 삶을 살기로 맘먹었다고 하루아침에 받아들여지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우린 아이 안 갖기로 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선택에 의한 자녀 없음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아니었기에, 그렇게 말이 안 떨어졌고 그저 사람들이 안 물어 주기만을 바랬다.


대학원 사람들은 집요하게 질문해 대는 아줌마들과는 달랐다. 물론 있었지만 내가 외국에서 십년을 살고 일하고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공부하는 그 과정을 더 궁금해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결국 논문을 향해 달리고 그 후에 무엇을 어떻게 삶을 설계해 나갈 것인가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났고, 내 논문 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는 지도 교수님을 만났고, 많이 웃었고, 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공부를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한국에서의 삶, 특히나 학교의 삶은 그동안의 아픔을 어느새 극복해 내려는 특별한 노력도 없이 극복해 있었다. 너무나 감사한 삶이었다. 그냥 흘러가듯 살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어느새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존감은 수면 가까이 올라왔고 어느새 웃고 있었고, 그런 나에게 이제 예전의 너로 돌아온 거 같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이제 다시 내 모습을 찾았구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 삶의 태도는 그때부터 감사하는 삶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감사하지 않은 게 없는데 단지 아이 없음으로 인해 왜 그렇게 불행하게 살았을까? 감사하기 시작하니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현실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내 마음속에 감사함이 자리 잡더니 내게 눈물대신 웃음이 더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진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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