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없는 삶 (2)

임플라논 하게 된 계기와 후기

by 멘지

임플라논에 대한 첫 후기 글을 올린 지 1년 반이 지났다. 글을 포스팅하고 그다음 주에 이어서 글을 쓸 예정이었지만, 2탄을 가져오는데 1년 반이 걸렸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자꾸 줄고 있다. 심지어 쓴 글의 내용을 잊고, 다시 찾아 읽지도 않으니 그럴 수밖에...

그래도, 3년짜리 임플라논 시술 기간의 반절이 지난 지금, 나름의 후기를 기록해두고 싶다.


일단 부정출혈의 날짜를 기록해 보겠다. (산부인과의 상담 선생님이 원래 월경을 해야 하는 주기 이외의 출혈은 '월경'이 아니라 모두 '부정출혈'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혼내셨다(?))

2023년

11월 2-17, 21일 (월 당 부정출혈 기간: 17일)

12월 8-27일 (21일)

2024년

1월 6, 8-16, 31일 (11일)

2월 2-15, 20-21, 28일 (17일)

3월 1-6일 (6일)

4월 7-30일 (24일)

5월 1-6, 27-31일 (11일)

6월 1-15, 30일 (16일)

7월 1-5, 12-18, 29-31일 (16일)

8월 1일 (1일)

9월 X (0일)

10월 25-29일 (5일)

11월 4-10, 18-20일 (10일)

12월 1-3, 14-19, 29-31일 (12일)

2025년

1월 1-3, 6-12, 22-24일 (13일)

2월 1-10, 14-28일 (25일)

3월 1-6, 10-14, 24-27일 (15일)

4월 X (0일)

5월 X (0일)


19달 동안 220일을 부정출혈을 했다. 월로 나눠보면 11.5일 동안 부정출혈을 한 격이다. 임플라논을 하기 전에는 달마다 8일 정도를 월경을 했으니, 사실 더 많이 하는 셈이다. 25일간 부정출혈을 한 달에는 임플라논을 괜히 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월경의 경우 오버나이트를 할 정도로 출혈이 많은 날이 1-3일 정도 있는데, 나의 경우 이번 연도 2월에는 라이너 하나 또는 소형 생리대만 필요할 정도의 양이 나왔다. 그래서 피의 절대 양을 비교하자면 비슷한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차치하고 나는 월경통, 피임의 불안, PMS(월경 전 증후군)로부터 해방되었다! 기절할 정도로 아프거나, 첫날에 이부프로펜을 6알은 먹어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던 나는 임플라논 시술 이후 19달 동안 진통제를 총합 2알 정도 먹은 듯하다. 아주 미미한 통증이 있거나 또는 통증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다. 호르몬 교란이 되는 이 신기한 과학 발전의 시대에 감사를 올린다. 그리고 임플라논 시술 전에는 피임이 정말 잘 되었는지 다음 월경 전까지는 알 수 없으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불안함이 없다. 정신건강에는 임플라논을 한 게 더 나은 것 같다. 또한 나는 누구보다 심한 PMS를 가지고 있었던 듯한데, 왜냐하면 나는 매 월경 전에 외계인의 침략으로 지구가 망하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내 앞에 지나가는 행인의 다리가 부러지고, 무언가를 부시고 때리고 깨뜨리고 망가뜨리고 싶은 마음이 항상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나는 아무리 PMS의 영향이라 한들 이러한 생각들은 그저 내면의 부족함, 악한 심성, 심신 숙련 부족이라고 생각했건만을! 임플라논을 하고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마더테레사로 다시 태어난 마냥 사랑이 흘러넘친다. 그래서 이제는 인간이 호르몬의 노예임을 절실히 믿는다.


그 외에 내가 가지지 않은 부작용 중에 하나는, 몸무게 증가이다. 임플라논에 대한 서치를 하다 보면 연관 검색어로 체중 증가가 많이 뜨는데, 내 몸무게는 이전과 같다. 그 외 신기한 부작용 중에는 성욕 증가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은 임플라논 시술 이전의 나의 성욕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도 않고, 부작용이 아니라 그저 가임의 가능성이 없어짐에 따른 해방감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므로 나는 가임력 없는, 자궁이 없는 존재들이 책임감 없는 섹스를 왜 그리 많이 하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어서다!


한 가지 남아있는 궁금증은 '왜 나의 월경/부정출혈통은 한국에서 훨씬 심한 것인가'이다. 바쁜 일정 때문인지, 독일보다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되는 건지(상담 선생님이 아니라고 하셨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임플라논 전에도 후에도 무조건 한국에서는 독일보다 훨씬 강한 통증을 받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몸이 나에게 말을 건다고도 느껴진다.


거두절미하고, 단지 피임의 용도로만 원한다면 다른 피임 방법도 고려해 볼 것을 추천하지만, 피임약 꾸준히 잘 못 챙겨 먹고 통증과 PMS가 너무 심하고 자궁에 넣는 방법이 좀 고민된다면 임플라논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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