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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Simple), 그 복잡성

by 남자의 옷장

안녕하세요. 패션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플한 게 최고다.”라는 뜻으로 제가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 항상 가슴속에 새겨두는 말입니다.


심플한 디자인을 가진 물건을 볼 때면 정말 깔끔해보이고 군더더기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이 ‘심플’이란 것은 뜻과 달리 정말 복잡하고 다차원성을 가지고 있으나 사람들은 심플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이자 유일한 스승이라 생각하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심플함의 대가였습니다.


발렌시아가 한 말중 “무언가 추가할 생각을 하지 말고 뺄 생각을 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심플함을 대변하는 아주 중요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쉽게 읽고 넘어갈 그런 말은 아닙니다.


무언가 뺀다는 것은 빈자리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빈자리는 사람들에게 헛점을 많이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이 허점을 가리기 위해 정말 수없이 많은 것을 생각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위화감없이 연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 이야기는 예시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잭슨 폴록]의 그림과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그 예로 들겠습니다.


잭슨 폴록의 그림을 보자면 심플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멉니다.


복잡함의 극이라고 볼 수 있죠. (사실 이 그림을 보고 ‘그만의 심플함이 있다.’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저는 그림을 해석하는 입장으로 글을 적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직관적이고 표면적인 이야기를 이 그림을 통하여 하고자합니다.)


우리가 이 그림에 검은 점 하나를 찍는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그 점이 찍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점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찍은 우리조차 어디 찍었는 지 까먹고 못찾을 수도 있죠.


그렇다면 보기에 아주 심플해보이는 마크 로스코의 그림에 검은 점을 찍는다면 어떨까요?


그 어떤 누가 보더라도 그 점을 찾을 수 있고 티가 나서 그 그림을 아예 망치게 됩니다.


심플은 이렇듯 아주 작은 티하나만 있어도 바로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이 옥의 티가 되어버립니다.





이렇듯 심플함을 추구하는 디자인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작은 티를 놓치면 안되고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이어져야합니다.


이것이 비단 그림과 디자인 같은 예술활동에서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옷을 입을 때에도 똑같습니다.


특히 클래식을 입는 사람들에겐 더욱이 그렇습니다.


클래식 의복들은 옷에 패턴이 그려져 있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옷 자체가 그 의복이 보여주는 모든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클래식 의복을 입는 다면 모든 디테일을 전부 계산하여 입어야 합니다.


여기엔 옷 자체 패턴, 옷이 가진 바느질 라인, 버클, 버튼, 원단등 다양한 디테일이 있을겁니다.


3차원 도형과 3차원도형x2


심플은 위에서 이야기를 했든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가 입는 의복은 2D가 아닌 3D이기 때문에 심플을 표현하기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다차원성을 갖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의복에서의 다차원성을 설명하자면, 한 옷에 여러가지 3차원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3차원의 어떤 도형 위에 다른 차원이 존재하는 것이죠.


의복은 패턴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는 2차원의 종이로 만들어지지만 원단을 잘라 붙이면 바로 3차원으로 바뀝니다.


저는 이 패턴 1장을 3차원의 한 도형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다른 3차원의 도형들이 붙어 의복이 만들어지죠.


저는 이 도형들을 전부 다른 차원으로 보고 다차원성이란 것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심플은 보기에 심플해 보이지만 막상 뜯어보면 절대 심플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심플하지만 절대 심플하지 않아야합니다.


감사합니다.


28JAN2022


* 이 글 등 패션 알려주는 남자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패션 알려주는 남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11SEP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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