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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도 노예해방운동이 필요하다.

by 남자의 옷장

안녕하세요. 패션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며칠 전 리로이 존스가 1968년 뉴욕 할렘에서 한 말(했다는 완벽한 증거는 없지만)

을 읽었습니다.


“노예가 노예로 사는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이 글에 너무 흥미로워 좀 더 찾아본 결과 뒤에 붙인 말이 있었습니다.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는 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예들을 묶고 있는 것은 사실 한 줄의 쇠사슬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예는 어디까지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노예는, 자유인이 힘에 의하여 정복당해 어쩔 수 없이 노예가 돼버렸다. 그들은 일부 특혜를 받거나 한 자를 제외하면 노예가 되더라도 결코 그 정신의 자유까지도 양도하지는 않았다.

그 혈통을 자랑하고 선조들이 구축한 문명의 위대함을 잊지 않은 채, 빈틈만 생기면 도망쳤다. 혹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노동으로 단련된 강인한 육체로 살찐 주인을 희생의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옷을 입고 목에 굴욕의 끈을 휘감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게도,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가 노예라는 자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노예인 것을 스스로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기까지 한다.”


무서운 말입니다.


눈이 닫히고 사고가 막히며 현실에 안주하여 자웅을 다루는 것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을 보며 요즘 남성들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요즘 남성들이 옷을 즐기기에는(어떤 방식으로든) 최고로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유튜브, 커뮤니티 등등에서 옷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고 거대하게 습득할 수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물론 거대 온라인 쇼핑몰들과 오프라인 매장들이 잘 되어있어 정보를 취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매행동으로 까지 이어지는 사회를 우리는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패턴이나 정보 습득이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근데 과연 그게 옳은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현상은 사회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동조성


1. 정보적 영향


저는 여기서 Deutsch와 Gerard가 1955년 이야기한 동조성이 일어날 수 있는 행동의 유형중 [정보적 영향]을 일 예로 들고 싶습니다.


정보적 영향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 동조 행동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2) 다른 사람의 영향이 자신에게 쓸모 있기 때문에 그들을 정보의 근원으로 삼는다.

(3)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정보를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면(혹은 믿는다면) 해당 행동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고자 동조한다.

(4) 자신의 정보가 불확실하다면 집단의 정보에 동조한다.

(5) 영향자의 신뢰도가 높을수록(전문가, 권력자 등) 동조성이 커진다.

입니다.





유튜브랑 각종 커뮤니티들은 아무래도 [구독자]라는 개념이 아주 크게 작용됩니다.


그것이 하나의 권력이고 정보의 다양성과 깊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이야기하는 무언가 들은 한국에 큰 유행을 불러오기도 하죠.


그럼 제가 바로 위에 적은 3 문장을 [정보적 영향]으로 뜯어보겠습니다.


일단 동조 행동은 [옷을 잘 입고 싶다.]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그것이 정보를 찾는 시발점이 되고 그것을 알려줄, 나에게 영향을 끼쳐줄 누군가를 찾아 그를 정보의 근원으로 삼겠죠.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누군가는 나보다 정보가 많으므로 [옳은 정보]라고 판단하여 사고가 굳혀집니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다면 다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누군가를 찾아가 그의 정보에 동조하게 되겠죠.


그리고 그가 전문가라면 우리는 맹목적 신뢰를 던질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의 심리니까 말이죠.


현 사회의 의복 행동은 누가 뭐래도 이런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습니다.



2. 독창성 이론


앞선 정보적 영향을 한 번 더 확장하여 사회를 꼬집으려면 우리는 Snyder와 Fromkin이 1980년에 이야기한 독창성 이론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독창성 이론이란 [규범을 따름으로 일치감과 소속감을 추구하는 동시에, 남과 다른 ‘독특한 개인’으로서의 특징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이 동조하는 집단에서 남들과 같지만 더욱 특이하고 우월한 위치를 고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집단내에서 이들은 (같은 무드 안에서의)[한정판] 혹은 [남들이 모르는 브랜드]를 입으며 집단내 우월성을 증명하고 싶어 합니다.


남들과 같지만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정보의 우월성이나 재화의 우월성에서의 카타르시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근데 이것들은 엄청난 문제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샛길 없는 1차선 도로라는 것이 그 문제죠.


하나의 무드에 꽂히면 그 무드 외에는 아무것도 보질 못합니다.


다른 무드에는 정보가 없으니 도전의 무리가 생기고, 자신이 습득한 정보와 소비한 재화에 따른 보상심리까지 겹치다 보니 샛길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꼰대가 되어버리죠.


[나와 다른 것은 다 별로, 인정 할 수 없어] 라고 타인에게 소리치게 됩니다.


다른 것에 대한 정보도 없이 말이죠.


건전한 비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럼 이런 상황이 초래되었으니 이제 우리는 비동조성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비동조성



비동조성이란 지배적인 사회규범에 자의적으로 반하거나 독립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주류사회를 거스르고 자신이 호감을 갖고 있는 소집단에 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좀 더 깊게 해부하자면 [거역]과 [독립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거역은 [규범을 알지만 거부하고 반대로 행동하는 것]


독립성은 [규범에 무관심한 것] 입니다.


거역을 예로 들면 스트릿은 알지만 거부하고 미니멀로 가는 듯한 느낌이고, 독립성은 자신만이 스타일이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동조에 반하게 되면 우리는 비동조성으로 빠져서 새로운 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동조하는 메인을 욕하면서 그들과는 다른 자신의 지식이나 의복 행동에서의 우월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이것 또한 동조에 반하는 동조입니다.


결국에는 집단의 분리와 공존현상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리로이 존슨이 한 말들을 한번 곱씹어 봅시다.


노예들은 노예들의 집단이 생기고 그 안에 동조가 됩니다.


그리고 이는 의복으로 치면 같은 무드 안에서의 동조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들은 그 안에서 자신들이 가진 같은 무드의 아이템을 가지고 자랑합니다.


여기서 누군가 독창성이 생기면 상대적 우월성으로 자랑을 하게 되겠죠.


그들은 동조 안에 안대가 씌워진 것입니다.


누군가는 거역을 하고, 독립성을 키워야 하지만 그것 조차 되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물론 지금의 남성복 사회는 그렇게 흘러가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동조하는 무드에서 끝없는 동조의 우월성에 사로잡혀 다른 것을 보지 못합니다.


이는 노예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 속한 곳만 달랐지 결국 각 사회에서 추구하는 결과는 같으니까 말이죠.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항상 그것을 깨고 나와 더욱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합니다.


어디에도 동조도 비동조도 되어선 안됩니다.


전부 경험해보며 자신의 색에 맞춰 나아가는 것이죠.


이는 독립성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 누구와도 다른 나], [특이한 나]가 되는 과정이 아닙니다.


경험으로 인한 성숙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신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그 이전에 스트릿, 명품 등등 전부 경험했었죠.


그 경험으로 제가 도출해낸 저의 갈 길은 [신사]입니다.


이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제 경험에 의한 [브랜드보다 만듦새와 원단 등에 포커스, 좋은 물건이란 좋은 손으로 잘 만들어진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족쇄를 풀어 던지고 더 넓은 세상과 수많은 경험의 가치를 통하여 자신을 만들고 재밌는 의복행동과 의복들이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충분히 만끽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 등 패션 알려주는 남자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패션 알려주는 남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29SEP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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