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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자의 옷장 Nov 10. 2022

우아함을 상실한 시대

안녕하세요. 패션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여태 저는 남성들을 위한 글을 적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우아함]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여성을 위한 헌정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여성만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헌정적인 형용사는 바로 [우아함]입니다.


우아함은 그 뜻이 ‘고상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무엇이 이 고상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인 우아를 끌고 왔나 생각을 해본다면 아무래도 왕정입니다.


아니 그 이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로 이어지는 종의 역사를 보았을 때도, 그 무리의 ‘리더’들은 그들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남들과는 다른 의복으로 그들을 나타내었습니다.


문화의 태동 이전 무리 생활과 정착생활을 보자면 남성들은 사냥을 하거나 전쟁을 하여 상대 집단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따라서 남성인 왕은 ‘힘’을 나타내는 직선적이거나 공격적인 치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왕비는, 여성은 남성이 집단을 떠나 사냥이나 전쟁을 하러 나갔을 때 집단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여성의 포용력을 나타내야 하며 모두의 대모(代母)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힘’보다는 ‘사랑’이 더 중요하고 이것은 직선이 아닌 유선형을 보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나눈 사랑의 유형 중 [스토르게(Storg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르게는 가족(직계)을 향한 사랑이지만 이를 확장하여 집단(부족)을 향한 사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집단의 대모인 왕비가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이죠.


이런 위치에 있는 여성은 절대 가볍게 보일 수 없습니다.


그녀의 권위뿐만 아니라 사랑의 가치를 천박하지 않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사치품]이라고 불리우는 아름다운 물건들이 그녀들의 손에 들렸고, 그녀들의 행동양식이 일반인과 다르다고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허영심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 이후의 문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대영제국, 프랑스 … 로 넘어오는 왕정이 존재한 인류의 역사에 그녀들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그 권위와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사치품]은 정세가 혼란스러울 때 발전하지 않습니다.


정세가 혼란스러울 때면 [살아남는 것]이 우선시 되며 사치품은 말 그대로 [사치]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것에 쓸 자본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살아남는 데에 더욱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본이 너무나 풍족하여 모든 것이 다 완벽한 상황에서는 잉여 자본은 [사치]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것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왕정이 존재할 때는 왕족과 귀족에게 자본의 송곳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자본의 송곳화는 전체적인 자본의 양이 소수에게 집중됨을 의미하고, 그 자본의 양이 무척 거대하여 소비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어 소비의 진화 및 문화의 진화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왕족과 귀족이 존재하는 시장의 경우에는, 큰 시장의 진화가 소수의 시장보다 느립니다.


특히 이 사치의 시대에는 사교계라는 것이 큰 영향을 끼칩니다.


사교계에 가장 큰 힘을 가진 자는 바로 왕족이고 여성의 경우에는 왕비입니다.


그녀가 가진 권위를 귀족들은 따라 하고 싶고 만약 오늘 사교모임에서 왕비가 차고 나온 아이템은 내일의 사교모임에선 귀족들에게 유행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모레의 사교모임에선 왕비는 이 아이템을 착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레의 왕비는 새로운 아이템을 착용하며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어야 합니다.


특정 아이템이라는 것이 천천히 시장에 퍼지는 것이 아닌, 자본을 가진 소수에게 한 순간에 노출되다 보니 그것도 최고 권위자가 들고 나오다 보니 그 아이템의 힘이 자본과 권위의 힘을 업어 한 순간에 하나의 유행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의 결과는 위에서 말한 스토르게반(反) 천박함을 보여주는 고상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의 유행입니다.


곧, 우아의 태동과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유행의 기본을 이야기하자면 여성성의 극대화입니다.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인 인체의 선(線)의 특징남성은 직선이고 여성은 곡선입니다.


따라서 여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곡선의 형태로 아이템들이 만들어졌으며 이것이 우아로 표현되었습니다.


여성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은 정말 엄청난 것입니다.


남성도 이 [우아]를 좇아 의복을 즐기던 시대가 길지만, 남성은 이 ‘우아’라는 것에 항복을 선언하고 직선의 미를 극한으로 보여주는 수트를 만들어 이로 돌아섰습니다.(물론 ‘위대한 포기’같은 운동이 있긴 했지만 그 이전 찰스 2세의 선언이 더 중요. 자세한 내용은 <수트 예찬>참고)


그만큼 여성의 전유물이 우아이고 여성성의 극한이며 이것의 위대함은 감히 후세가 깎아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우아함이 언제부터 병에 걸려 죽어가기 시작했냐고 물으신다면, 역시 왕정과 귀족의 붕괴에 따른 자본의 분산과 권위의 붕괴 그리고 산업혁명에 따른 자본과 시장의 거대화입니다.


자본과 시장의 거대화에 따른 시장의 변화는 앞선 글들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여 넘기기로 하고, 이번 글에서는 자본의 분산과 권위의 붕괴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단 권위의 붕괴대모의 부재(不在)를 뜻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우아를 제시하던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기준이 사라지기에 시장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자본이 움직이게 됩니다.


그것은 자본의 분산으로 인하여 소수가 아닌 대다수로 흘러 들어가여 과거와 달리 특별한 가치를 갖기 무척이나 어렵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크다는 것은 과거와 같이 일방향성이 아닌 다방향성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는 수직적 구조가 아닌 평면적 구조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가치들이 산발적으로 공존을 하며 각각의 위상을 시장에서 내뿜고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아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의 영향력이나 시장지배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죠.


우아라는 것이 사라지는 시대는 남성의 클래식 의복이 사라지던 현상과 비슷한 것이라 해석합니다.




‘우아라는 것은 여성이 즐기기에 어렵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남성이 ‘수트는 불편하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러나 산업시대의 시작 이후 우아를 가장 잘 보여주었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obal Balenciaga)는 이런 말을 합니다.


“여성이 옷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닌, 옷이 여성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이는 실로 그렇습니다.


지금이라면 그 어떤 명품 브랜드도 자신의 옷을 전적으로 믿으며 이런 발언을 하기 어렵지만, 그는 고집과 자신감으로 오뜨 꾸뛰르(고급 맞춤복)를 운영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샤넬과 더불어 옷이 여성의 몸을 구속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보는 것과 입는 것이 완전히 다른, 그런 표면에만 집중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는 이런 말을 <보그>를 통하여했습니다.


“그가 고객을 위해 만든 시침질용 보디 중 하나는 나이 든 여성의 몸이었는데, 등이 구부정하고 어깨는 둥글었으며 배와 엉덩이가 튀어나와 있었다. 내가 구경하는 동안, 발렌시아가는 광목 한 장을 가져와 시침질용 보디에 핀을 꽂으며 작업을 시작하였다. 봉제선을 만들고 원단을 바이어스 방향으로 자르면서 구부정한 시침질용 보디를 점점 곧게 만들고 둥글게 튀어나온 배와 엉덩이를 감추어 나갔다. 기적을 보는 것 같았다.”


시침용 보디(body)는 우리가 어떻게 물리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변형시켜 배와 엉덩이를 조일 수도 없는 것이죠.


오롯이 원단과 핀을 통하여 그 몸에 옷을 맞춰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옷은 몸에 딱 맞을 뿐만 아니라 몸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안에서 그가 디자인 한 옷의 방향성이나 아이덴티티가 전혀 변하지 않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대가(大家)라고 부르는 지방시가 혀를 내두르며 저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괜히 크리스티앙 디올(Christian Dior)“발렌시아가는 우리 모두의 스승이다.”라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요.


위대한 디자이너이자 발렌시아가 밑에서 10년간 재단사로 일한 앙드레 크레주(Andre Courreges)는 이런 말을 합니다.


“발렌시아가는 나에게 17세기를 알려주었다.”


17세기의 유럽은 왕정이 살아있던 우아의 시대입니다.


제 추측입니다만, 17세기를 알려주었다는 것은 [우아]를 알려주었단 의미도 있었겠습니다.


이 말은 발렌시아가는 [우아]를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그의 우아함에 대해 <보그>에서는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완벽한 것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의심의 여지없이 이는 최고의 우아함이다.”




우아여성의 품위를 완벽하게 믿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발렌시아가 선생님이 그랬듯 말이죠.


저는 이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품위와 우아를 무척이나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Manners maketh ma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 킹스맨에도 나온 멋진 말이죠.


'예절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뜻의 말입니다.


영화에서 콜린 퍼스는 젊은 사람을 향해 이 말을 던집니다.


따라서 매너는 나이에 상관없는 것임을 의미하죠.


우아 또한 마찬가집니다.


나이불문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제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우아를 위해 왕정을 되살리자'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 시대가 잃어간 우아의 가치를 되찾자'는 말이지요.


따라서 저는 Manners maketh man이라는 말에 한 차원 더 나아가 남성들은 절대 갖지 못하는, 우아를 좇는 포용력 있고 사랑이 가득차고 고상하며 기품있는 여성을 위한 헌정적인 말을 하고 싶습니다.


Elegance maketh women


감사합니다.



* 이 글 등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으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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