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패션 잡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자의 옷장 Dec 15. 2022

남성 클래식 의복 시장 붕괴 우려

*오늘의 글은 조금은 많이 꼰대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패션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최근 미켈레(구찌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은퇴에 대한 기사를 보며 아주 무서운 문장을 보았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맥시멀리즘에 지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고, 클래식 의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아주 무서운 말입니다.


이 말로 제가 사랑하는 시장의 붕괴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몇 달전부터 저는 역설적으로 클래식 의복 시장은 지금 성장하지만 죽어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현 한국의 남성 클래식 시장은 전문가들이신 걸출한 여러 대표님들에 의해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으니 이 분들께 엄청난 존경을 표하는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또한 그분들은 황무지를 개척하는 분들이시기에 더욱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제 한국에는 대단한 테일러나 사르토 분들이 존재합니다.


더하여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빈티지 매장도 이제는 많이 존재하게 됐습니다.


이렇듯 한국은 요 몇년 사이 남성 클래식 시장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수요없는 공급이 없듯이, 수요가 생겼기에 이 시장이 성장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만큼 과거보다 남성들이 클래식이라는 범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현 한국의 시장 흐름입니다.


이는 무척 좋은 현상이지만 저는 이 현상에 있어 몇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첫번째. 특정 스타일의 유행


두번째. 소비자들의 에티튜드


세번째. 특정 브랜드들의 송곳화 현상


저는 이것들이 한국에서 클래식 시장이 사장(死藏)될 수 있는 이유들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붕괴의 징조?



첫번째는 특정 스타일의 유행입니다.


요즘 한국의 클래식하면 대부분 아이비 스타일 프레피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천편일률적으로 즐겨지고 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하나의 유행이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아이비 스타일은 정확한 틀이 있고,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정말 쉬워보이고 랄프로렌(폴로)같은 접근성 좋은 브랜드에서 느낄 수 있기에 너무나 좋습니다.


20대 초반의 엘리트들이 즐기던 것이니 딱히 어렵지도 않고 젠틀맨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이만큼 편하고 재밌는 것도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유행이 시작되면 이것은 유행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쉬운 만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고 그것이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 지는 이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학생이 입으면 브랜드가 망한다?>참고)


저는 이것만으로 상황의 악화를 이야기하긴 싫습니다.


아이비는 브랜드색이 있긴 하지만 “특정 브랜드가 만들어 낸 아이덴티티”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 힘드니, 논리의 오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비에 관해 이야기하면 끝도 없고 좋은 책들도 많이 나와있어 이를 참고하면 더욱 재밌고 알차고 깊게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클래식은 아이비로 국한할 수 없는 수많은 역사의 산 증거이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공부하며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두번째는 소비자들의 에티튜드입니다.


저는 의복이 사람을 담는 그릇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말과 행동이 큰 범주이면 의복은 행동안에 들어가는 작은 범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릇은 참 중요합니다.


우리는 좋은 음식을 싸구려 그릇에 내지 않고, 가벼운 -햄버거나 피자같은- 음식은 그릇(접시)조차 없이 먹습니다.


가벼운 음식을 좋은 접시에 내는 것을 본다면 우리는 부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킹스맨에서 햄버거를 고급접시에 내는 것을 보면서 유머를 위한 장치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이미 부조화라고 인지하는 것입니다.


클래식은 고급접시입니다.


이것은 가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그것 자체가 가진 유구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 그릇에 담기려면 우리는 소위 젠틀맨이어야 합니다.


젠틀맨은 부와 좋은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더하여 멋을 추구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것도 아닙니다.


젠틀맨이란 허세가 없이 자신이 만든 도덕적으로 엄격한 규율안에 자신을 가꾸며 깊은 철학을 갖고 도덕적으로 좋은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과 클래식이 만나야 부조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이 아직 아니기에 열심히 노력중입니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클래식이라는 그릇에 담긴 것을 본다면 부조화를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젠틀맨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클래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멋이란 옷이 아닌 사람에게서 먼저 나옴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번째는 특정 브랜드들의 송곳화 현상입니다.


제가 옷을 구경하거나 구매하러 단골 매장들에 들릴 때에 자주 목격하는 광경이 있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한 가지 유명해진 브랜드들만 찾으러 온다는 것입니다.


이는 유튜브나 많은 인플루언서-혹은 연예인-들의 영향이 크겠지요.


제가 방문하는 매장들은 위에서 말했듯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대표님들이 운영하시는 곳들입니다.


그분들이 제공하는 가치가 아닌 그 안에 단편적인 ‘브랜드’만 보고 구매를 하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상입니다.


구매의 확대나 매장을 이해하는 것이 되어야 클래식이라는 범주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것없이 클래식이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참 마음 아픕니다.




위에 적은 세가지 이유들은 클래식이란 것의 컨텐츠화를 촉진하며 점점 더 죽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컨텐츠화는 더욱 많은 사람이 규율없이 받아들이며 구매가 촉진됩니다.


이것은 시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졌을 때 사업들이 확장이 되지만, 시장이 죽으면 확장된 사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잘 일구어 놓은 땅에 염산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저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의복을 한국에서도 편하고 오랫동안 구매할 수 있길 바랍니다.


더욱이 그렇기에 이 클래식이란 가치가 한국에서 단편이 아닌 끝나지 않는 장편으로 이루어졌음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 등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으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 본인에게 있습니다.


15DEC2022



매거진의 이전글 우아함을 상실한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