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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자의 옷장 Mar 08. 2023

리셀시장에서의 소비는 옳은 가치 소비인가?

명품과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만든 새로운 거대 시장에 대한 소고

*글을 설명함에 있어 브랜드나 제품의 이미지들은 오해와 편견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사진을 추가하지 않은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패션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오늘은 패션 디자인계에 난무하는 한정판과 리셀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려 합니다.


한정판은 무엇일까요.


사실 한정판은 마케팅 수단 중 하나입니다.


공급량을 극도로 줄여 희소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시장에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하고는 합니다.


이것은 시장경제에서 너무나 잘 작용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가치가 있냐?”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확신의 답을 바로 내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가치란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의 패션 디자인계에선 가치생산의 공장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인즉, 브랜드가 가치를 개발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것과 외부 유명인이라던가 유명 브랜드가 갖고 있던 것을 합쳐 하나의 물건으로 공장처럼 찍어 내놓습니다.


만약 그게 잘 팔린다면 색을 바꿔가며 또 다른 공장라인을 설비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제공하는 물건 자체가 가치가 있냐 물으신다면 그건 제가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이 물건들의 정확한 가치는 [소비자가격]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요량에는 그 공급량이 미치질 못하니 새로운 [가격]이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조금은 떨어져서 이 시장을 바라봐야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 = [가치]입니다.


우리는 [가치]있는 물건에 합당한 [가격]을 제공하며 물건을 소비합니다.


과거의 가치 있는 물건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요즘 OLD MONEY라고 불리는 이 시대에 가치란, [장인이 만든 물건], [좋은 소재로 잘 만들어진 물건] 그렇기에 희귀한 물건입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장인의 이름을 외우고 다녔습니다.


장인들은 자신의 기술에 자신감을 느꼈고 이를 매장의 이름으로 나타내기도 하였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습니다.


너무 옛날이야기를 하면 또 안되니 요즘 시장의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패션계를 벗어나 이것이 적용된 시장을 찾자면 저는 기타(Guitar) 시장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


Fender나 Gibson이나 기타로 유명한 회사를 보시면 Custom이라는 극도로 고가의 라인이 있습니다.


일반 라인들의 3~7 배가량 하는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죠.


이 라인을 보시면 많은 제품에 <Master Builder. XXX >라는 것이 쓰여있습니다.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마스터 빌더들이 하나의 기타를 만들거나 레릭이라는 후처리를 하기에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죠.


이는 오랜 시간 사람 손에 개발된 극한의 기술에 대한 가치의 가격입니다.


물론 이 또한 고리타분하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공장 생산품]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산업혁명은 18세기 시작되었습니다.


조금 보수적으로 잡아도 220년 정도 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것은 장인이 사라지는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모든 제품은 대량생산이 시작되며 그 빛을 잃어버리고 사라지는 세상이 되었죠.


이는 비단 의복뿐 아닙니다.


사진은 회화계에 핵폭탄을, 쿼츠 시계는 오토매틱 시계시장에 핵폭탄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의복, 회화계, 오토매틱 시계의 장인들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오히려 더욱이 실력자만이 살아남아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핵폭탄급 혁명들은 장인과 일반 시장을 이분화시켜 시장 구성을 오히려 다채롭게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손으로만 만들어지던 좋은 옷을 공장의 좋은 기계로 만들어 더욱 많은 사람이 즐기며 원최 손으로 만들어지던 그 위대함의 맛을 가볍게 보는 것은 신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큰 기회이자 경험이었고, 자유와 자본의 귀속이 풀린 시대에 장인의 시장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패션 디자인시장에서의 모습은 조금 변모되게 됩니다.


대기업의 출현이 그것입니다.


저는 대기업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시장의 가격을 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소수의 장인이 만드는 기업으로는 유지되지 못합니다.


공장으로 물건을 만들며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어야 하죠.


이들은 그에 따른 합리적 가격을 시장에 제시합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기업들이 그 기준가를 토대로 자신들의 물건의 가치를 +,- 하게 됩니다.


더욱 비싼 물건을 팔고 싶은 기업들은 더욱 좋은 기계들을 공장에 배치하며 더욱 좋은 물건들을 생산하고 그것들은 현 시장에서 [명품]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절대 잘못된 시장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건전하고 아름다운 돈과 물건의 등가교환 현장이죠.




근래 들어 돈이 돈의 가치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트코인이 그것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돈의 가치가 너무나 가벼워지고 시장에 흐르는 돈의 규모가 달라졌습니다.

(물론 이외에 다른 경제적 이유들이 있겠지만, 거시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면을 기술합니다. 물론 경제학자가 아니기에 제가 틀렸을 수도 있으니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약간 저는 이 사태가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킨 이유 중 하나라고 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인플레이션이란 재화가 재화의 본래 중심 가치를 잃은 것입니다.


현 시장이 가장 악독하다 느끼는 것은 이 인플레이션을 극한으로 이용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물건에는 고유의 가치가 있으나, 일단 가치를 무시하고 가격을 제안합니다.


이는 무슨 말이냐면, 어떤 물건이 시장에 존재하려면    

1. 물건의 생산

2. 기업에서의 물건 가치 부여

3. 가치에 대한 소비자가 측정

4. 소비자에게 공개

순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2번과 3번이 완전 붕괴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금 시장의 모습은   

1. 물건의 생산

2. 물건 판매가의 설정

3. 판매가의 가치 부여

4. 가치의 합리화 마케팅

5. 소비자에게 공개

입니다.


가치를 물건이 아닌 판매가에 적용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에 당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물건의 출고량을 낮추며 오늘이 가장 저렴한 날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구매하게 됩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모습과 비슷하죠.


계속해서 물건의 가치가 올라가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경제가 어려워 물가가 오르니 이는 더욱이 합당하다 느껴지는 가격의 상승입니다.


사실 이것은 [한정판]을 구매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똑같진 않지만 아주 비슷한 조바심과 욕망의 소비심리이기 때문이죠.


이것이 한정판과 다른 점은 한정 물건이 아닌 스테디셀러에 대한 한정 가격의 상승이라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길로 샜지만 [한정판]을 설명하려면 꼭 지금의 시장해석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 모든 시작이 한정판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한정판을 내놓을 때의 기업들은 합리적(?)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이 한정판을 누가 패션계에 제시했나 고민했습니다.


사실상 패션계는 시즌제로 돌아가기에 모든 상품들이 한정판입니다.


스테디셀러로 파는 물건들이 아니면 전부 시즌제로 돌아가는 것이 이 시장이죠.


하지만 이를 극한으로 가장 잘 이용한 기업은 SUPREME이고 그 시작입니다.


한정된 물량과 특이한 콜라보 제품이 매주 목요일 발매되며 사람들은 이것을 사려고 엄청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됩니다.


이것을 구매한 사람들은 리셀시장을 구축해 나갔고, SUPREME이 서브컬쳐에서 메인컬쳐로 넘어오며 많은 기업들이 이 마케팅을 벤치마킹하고 리셀시장이 거대해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과거에도 리셀시장은 있었습니다.


전당포나 골동품상 같은 것이 그 시장의 원조이죠.


각설하고, 이와 같은 마케팅은 시장에 엄청난 폭풍을 일으키며 유명 패션 브랜드들은 전부 따라 하기 시작합니다.


브랜드들은 3가지 물건의 형태를 만드는데,   

1. 캡슐(짧은 기간 한정 물건 발매)

2. 시즌제품

3. 스테디셀러

입니다.


캡슐은 마케팅, 시즌은 주요 한정 판매 아이템, 스테디셀러는 흔들리지 않고 항상 판매하는 아이덴티티입니다.


예전엔 시즌제품이나 스테디셀러만 팔았다면 캡슐 같은 경우는 큰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캡슐의 마케팅은 리셀 시장에서 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한 말로 한정판을 내놓는 기업들의 가격책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비싼 감이 있거나 정가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가격대이죠.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소비자가격](출시가)입니다.


이 가격을 말도 안 되게 만드는 것은 리셀시장입니다.


누가 정한지도 모르는 새로운 기준가를 가지고 소비자들은 물건을 마주하게 되고 높아진 돈의 가치는 욕망을 불어 일으키게 되며 시장에서 가치가 높아지게 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양심 없는 가격대를 내지 않고도 브랜드의 이미지가 올라가니 그것대로 이득입니다.


딱히 제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잡음이 나오는데 구매하여 실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구매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기업의 대표라면 자신이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자동적으로 마케팅이 된다면 이를 손보지 않을 겁니다.


손을 보는 척만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높아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다른 곳으로 돌려 도전적인 시즌 제품이 아닌 스테디셀러의 생산을 줄이고 가격을 상승시켜 브랜드의 고급화 이미지까지 챙기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위에 시장의 감상을 설명했듯이 그것이 지금의 시장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것이 그 많은 오픈런을 만들어낸 주범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말이죠.


이것을 이루려고 첫 시작을 스니커즈로 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 아닐까요?


스니커즈의 리셀시장은 전통도 있고 몇몇 인물들로 인하여 공격적으로 커져갔기 때문에 흐름을 타기 가장 좋은 시장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주 극한으로 계산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셀시장은 현재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장입니다.


전통적인 패션디자인의 세상과는 분리하여 봐야 합니다.


왜냐면 브랜드의 개입 없이 개인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만들어 놓은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한정판은 실제로 가치가 있습니다.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문화를 경험할 수도 있고, 내가 원했던 상위레벨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그 가치를 가볍게 즐길 수도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새로운 가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절대 나쁘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리셀시장에서의 한정판의 누가 정했는지 모르는 [시장가격]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 의견으로는, 제가 지불할 수 있는 가치의 재화는 딱 기업이 출시가로 내놓은 [소비자가격]까지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한정판이라 하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가치는 기업이 정한 가치와 동일합니다.


리셀 시장에서 높아진 가격이 절대로 그 물건의 [만듦새]를 대변하지 않으니 말이죠.


19만 원에 발매된 신발은 리셀시장에서 300만 원이 되어도 그저 19만 원의 만듦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그것의 정확한 가치이죠.


물론 19만 원의 물건의 만듦새가 아니라 300만 원의 만듦새라면 300만 원을 투자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적 가치라던가 어떤 자신이 추구하거나 높게 사는 큰 가치가 있다면 그것에 대한 가치에 소비하는 것이 맞겠죠. 


물론 이것은 제 개인의 생각입니다.


무엇이 옳은 가치이냐? 혹은 옳은 가치의 소비이냐? 라는 것은 여러분의 가치판단이 옳은 판단이라고 결론을 짓고 싶습니다.


결국엔 거나하게 주제를 던지며 시작해서 조촐하게 끝나는 용두사미의 글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거대화와 전통 시장가격의 참견과 붕괴가 보이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으로 아주 혼돈스럽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저는 좋고 오래된 가치를 믿는 사람으로, 지금 세상에 지친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회귀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 가치를 사라지게 놔두지 않고 이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소수이지만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하나이고 말이죠.



감사합니다.



* 이 글 등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으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 본인에게 있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 Alexander Grey on Unsplash


08MAR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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