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기 전, 'Stand By'

영화 <스탠바이, 웬디>와 <원더스트럭> 그리고 웹툰 <신의 탑>

by MENTAE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개봉 전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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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등등의 포탈에서 <스탠바이, 웬디>를 검색하면 상당히 특이한 시놉시스를 읽을 수 있다. 웬디의 강아지인 피트의 입장에서 서술된 듯한 이 짧은 시놉시스는 흥미롭지만 줄거리를 간략히 이해하기에는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간략히 일반적으로 줄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웬디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열혈팬이다. 웬디는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매일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웬디는 지적 장애를 지니고 있어 지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매일매일 정해진 색의 옷을 입고, 정해진 패턴을 따라 하루를 보낸다. 웬디는 오드리가 살고 있는 집이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이모 노릇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드리는 아직 웬디를 집으로 다시 불러드릴 자신이 없다. 오드리는 아직까지도 웬디가 자신의 아이를 해칠까 걱정한다. 오드리가 웬디를 찾아온 그날 스타트렉 시나리오를 우편으로 부치려고 했지만 심적 동요를 겪은 웬디는 방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그날 밤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계산을 하던 웬디는 직접 LA 파라마운트 영화사로 찾아가 시나리오를 제출하기로 마음먹고 홀로 긴 여정을 나선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中 침대에서 시나리오 생각을 하는 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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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는 여러 가지 제약들로 삶이 가득 차 있다. 정해진 패턴의 삶을 살아가고 이 패턴을 반복적으로 암기해야 한다. 그리고 단체 생활 속에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까닭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지 못한다. 이런 삶의 패턴 속에서도 웬디에게는 제약들이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웬디가 스스로 "마켓 스트리트는 어떠한 경우에도 건널 수 없다."라고 되뇌던 장면이 있다. 그리고 웬디는 항상 타인의 입장에서 평가되는 존재이다. 웬디의 언니인 오드리는 웬디가 아직 집으로 돌아올 정도로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웬디의 담당 멘토(혹은 보호사)인 스코티도 웬디가 보호받아야 하고 관리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제약들은 웬디를 계속해서 멈춰 세운다. 그리고 웬디는 이러한 제약들 아래에서 자신을 규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켓 스트리트를 건널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정말로 건너지 않고, 아기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LA로 가는 도중에 만난 여자의 아기를 안아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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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탠바이, 웬디> 中 시나본에서 일하는 웬디와 동료 니모

영화 속에서는 두 번 "Stand by."라는 대사가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처음 이 대사가 나오는 시점은 웬디가 스타트렉 시나리오를 우편을 통해 부치려고 한 날이자 오드리가 웬디를 찾아온 날이다. 웬디는 이 날 오드리에게 시나리오를 우체국에 우편 접수하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오드리는 웬디에게 안 된다고 답한다. 오드리의 대답을 들은 웬디는 자신이 이모 노릇을 잘할 수 있고, 뭐든 혼자서 잘한다고 말하며 점점 흥분한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스코티는 웬디를 제압하고 "Please stand by"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방에서 긴 시간 동안 감정을 잠재운 웬디는 밤에 일어난다. 일어나서 자신의 스타트렉 시나리오를 공모전에 제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우편으로 시나리오를 제출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울먹이지만 곧바로 직접 LA로 가서 제출하면 된다는 결과를 도출해낸다. 그리고 곧바로 떠날 채비를 하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린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中 파라마운트 픽쳐스에 도착한 웬디

두 번째 "Stand by"는 교통사고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도망쳐 나온 뒤 웬디의 입에서 나온다. 웬디는 병원에서 도망쳐 나올 당시 100여 쪽의 시나리오를 흘려버린다. 여기에 망연자실하던 웬디는 스스로에게 "Stand by."라는 말을 한다. 이후 인쇄, 복사집의 쓰레기통에서 이면지를 발견한 뒤 기억을 더듬어 잃어버린 시나리오를 자필로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 두 번의 "Stand by"는 모두 웬디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첫 번째 "Stand by"로 웬디는 반복적이고 정해진 삶에서 벗어난다. 이때 웬디는 매번 건널 수 없다고 규정하던 마켓 스트리트를 건너고 혼자서 고속버스를 타고 떠난다. 두 번째 "Stand by"를 통해서 웬디는 남은 답은 '전진'뿐이라는 스타트렉 속 대사를 통해 망연자실하지 않고 계속해서 LA를 향해 전진한다.


3.

영화 <스탠바이, 웬디> 中 LA를 향해 홀로 가는 웬디


영화 <원더스트럭> 中 뉴욕에 홀로 도착한 로즈

우리의 관념 속에서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인물이 홀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는 여럿 존재한다. 이런 이야기는 인물의 부족한 부분이 혹여나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관객들을 서스펜스의 상태에 있도록 만든다. 최근 개봉해 상영 중인 <원더스트럭>도 어쩌면 이러한 영화에 속한다. <원더스트럭>에서 청각장애를 지닌 로즈 역시 혼자서 집을 나온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로즈는 사고를 당할 뻔도 하고 자신을 찾으려고 하는 경찰관으로부터 도망치는 이야기는 관객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영화의 장치로 주인공의 장애를 이용하면서도 영화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더스트럭>에서 로즈는 엄마에게서 혼자서 집을 나오면 사고나 유괴를 당할 수 있다고 꾸중을 듣는다. 하지만 로즈는 그런 사고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라며 반박한다. <스탠바이, 웬디> 역시 색안경을 끼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성찰을 관객에게 요구한다.



4.

웹툰 <신의 탑> 2부 301화 中

결론적으로 <스탠바이, 웬디>는 성장영화이다. '나'를 규정짓는 타인의 판단과 그 규정에 속박된 '나'를 깨 부수고 오롯이 '나'로 인정받는 존재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최근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신의 탑>은 '나' 자신을 찾아가고 타인에 의해 규정되지 않은 자신을 찾아가며 주인공인 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웬디도 영화 속에서 타인이 규정짓는 자신을 넘어서 '웬디'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동시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외적인 모습이나 고정관념으로 상대방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는지 성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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