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를 오랫동안 사귀기를 원한다면 나의 잣대로 그를 판단하지 말라. 나와 그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1. 경환과 멀어진 승원
경환은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대학 1년 후배 승원에게 화를 내며 이렇게 따졌다.
"승원아! 어떻게 2년 동안 전화 한 통 안 할 수 있냐! 그러고도 네가 후배냐?"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 별생각 없이 했던 말이겠지만 어쩌면 경환은 이 말 한마디로 승원을 잃을 수도 있다. 그의 말투는 마치 오만한 직장 상사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경환의 잣대는 좋은 후배라면 안 만난 후 2년 이내에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2년이 됐든 3년이 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2년이란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인가?
서로가 필요하거나 보고 싶을 때 연락해서 만나면 그만이지. 그리고 그렇게 보고 싶었다면 경환이 먼저 연락하면 됐을 것을 왜 승원만 잘못한 것처럼 따지느냐 말이다. 어쩌면 경환은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승원에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할 것이다. 승원을 탓하지 말고 경환이 가진 잣대의 스케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은 어떨까? 2년이 아닌 50년이나 100년으로 말이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서로의 관계를 꼬이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언어 습관은 어릴 적부터 있었던 이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이기적인 생각이 이렇듯 쉽게 타인을 탓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며 그럴수록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멀어지고 그는 더욱 외로운 삶을 살게 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잘못된 언어 습관은 어린아이들의 불평을 통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
2. 경식이 아빠와 로봇 강아지
열 살 먹은 아들 경식이가 어느 날 아빠에게 불평을 한다.
"아빠, 다른 친구들은 다들 로봇 강아지 있단 말이야! 나만 없다고~ 아빠는 날 싫어해"
이 말을 들은 경식이 아빠는 무슨 생각이 들까? 아마 어이가 없을 것이다. 경식이는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로봇 강아지가 가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장난감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이 아빠를 향한 원망이 되었고 이와 같은 불평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로봇 강아지에게 마음을 빼앗긴 어린아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경식에게 로봇 강아지는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 것이다.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이와 같은 언어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의 생각이 나이만큼 자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 강아지 선물 여부가 그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의 사랑 표현 기준이 분명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2년이란 세월 동안의 연락 유무로 진정한 친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말이 되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도대체 얼마의 기간부터 인정받는가? 안 만난 지 2주 이내나 2달 이내면 유효한가?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이기적 발상이란 말인가?
물론 오래된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진정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본인이 먼저 연락하거나 찾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어쩌다 만난 그 친구에게 잘 못된 표현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주어 둘 사이가 멀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3 맺는 말
누구나 추억이 있고 그 속에는 그리운 얼굴들이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언제까지나 남아있으며 언제 만나도 반가운 사람 사이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서로를 향한 존중이 되며 안전벨트가 되어 오랜 동행을 만들어 줄 것이다.
안전벨트 매지 않고 사고 당한 사람들의 결과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존중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서로를 오래도록 가깝게 만드는 비결일 것이다.
내가 만든 잣대로 함부로 상대를 평가하고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잣대를 이제는 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