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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리스트 May 04. 2023

망하는 가게에는 이유가 있다

사장은 없고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필요한 일이 생겨 동네 병원을 검색했다. 최근 감기 등 내과질환 계통의 유행병으로 병의원이 몹시 붐빈다는 뉴스를 얼핏 보았던 기억이 나 다음날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시간을 맞추어 병원에 도착한 순간 '어라? 싶을 정도로 너무나 한적한, 뭐랄까 한적하다기보다 황량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창 붐벼야 할 점심시간 언저리였으나 병원 대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리셉션에 계시던 간호사(로 추정되는) 분도 나의 방문에 흠칫하는 모양새였다. 

 

 예약 시간이 11시 30분이었고 나는 11시 25분 즈음 도착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라는 의례적인 말에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기계적으로 대답하고는 대기실에 앉았다. 이윽고 11시 30분이 되었고, 이내 11시 40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를 부르지 않았다. '앞 환자 진료가 길어지나 보다,,'하고 생각하는 순간 간호사분께서 나를 불렀다. 진료실로 향하려는 내게 간호사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셔서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고는 곧바로 '은행에 가셨는데 조금 늦어지신다'라는 TMI를 방출하며 충격을 더해주었다. 


오늘만 이런 걸까? 궁금해진 나는 급기야 리뷰를 검색해 보았다. 그나마도 많지 않은 리뷰 중에서 아니나 다를까 불쾌했다는 경험이 가장 먼저 발견되었다.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꾀병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의사분이야 장난스레 건넨 말씀이었겠으나 TPO가 고려되지 않았을뿐더러 내적 친밀감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럼없이 그런 말들을 한다는 것이 더 문제다. 




과연 이런 일들이 우연이 반복되어서 일어난 것일까? 유행병이 도는 시즌에 한적한 병원은 과연 우연히 내가 방문한 오늘만 그런 것일까? 망하는 가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나 스스로도 본업으로 운영하는 회사 외에 3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본업과 연관되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 카페운영은 카페 직원들에게 일임을 했다. 카페 운영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곧잘 수행해 내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서비스 적인 부분에서 발생한다. 커피나 식음료에 대해서는 레시피와 정해진 루틴에 따라 움직이는 거라 서비스의 질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서비스는 아무리 지침을 정해놓아도 개개인에 따라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이 지점에서 사장, 혹은 관리자의 존재가 필요해진다. 


 어떤 공간이든 그렇겠으나 특히 카페라는 공간은 방문했을 때 경험의 기억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커피의 맛, 공간의 인테리어 못지않게 직원들의 태도와 표정에서 고객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하물며 일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청소상태나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직원들은 저에게 주어진 급여만큼의 주인의식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마저도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한 동안 본업의 일로 인해 6개월 정도 지방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다. 드문드문 방문해서 체크를 하긴 했으나 아무래도 평소만큼 자주 들여다보지 못했고, 나 스스로도 나태해지고 익숙해져 관리에 소홀하게 되었었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나 스스로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관리자가 평소에 나타나지 않다가 가끔 나타나서 하는 잔소리만큼 설득력 없고 듣기 싫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그 기간 동안의 일들이 회사에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방향으로 돌아왔다. 직원들에게 하는 나의 말이 설득력이 떨어지고 잔소리가 되었고, 관리자가 없으니 직원들 간에 서로서로 편한 방식으로 봐주기를 하는 일종의 문화? 같은 것들이 고착화 되었다. 


이런 일들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겠으나 관리자의 부재야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확실한 주요 요소이다. 해결책은 의외로 심플하다. 주인의식을 느낄 만큼의 보상체계를 마련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관리자의 마이크로 컨트롤이다. 인간의 자율성에 기댄 성공적인 운영은 일반적인 직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도 하기 싫어서 미루고 외면하고 있는 많은 숙제들이 떠오른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자. 반드시 이유가 있고, 해결책이 있으니 움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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