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유럽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 스페인 전통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를 관람하고 왔다. 예매 후 부터 어제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작은 불신이 있었다.
'과연 친선경기인데 베스트 멤버가 나올까? 선수들이 몸 안사리고 제대로 뛸까?'
나의 불신은 경기 시작 휘슬과 동시에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이 밝혀졌다.
양 팀 다 당장 유럽대항 결승전을 치러도 될 정도의 정예멤버들로 선발팀을 꾸려서 경기에 임했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태도 역시 그러한 마음가짐인 듯 보였다.
세계 최정상의 선수들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생각하며 새삼 감격에 젖으니 너무 비싸다 생각했던 티켓이 조금은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나의 좌석 앞쪽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세명의 친구들이 앉아 있었다. 저마다 유럽축구에 대한 꽤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이야기를 격정적으로 나누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경기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을 즈음 한 친구가 말했다.
친구 1. "와, 근데 진짜 개열심히 뛰네"
친구 2. "야 나도 저 돈 받으면 저렇게 개처럼 뛰지"
친구 1. "하긴"
나도 친구 1과 똑같이 "와, 근데 진짜 열심히 뛰네"라고 생각했더랬다. 지구 반대편에 한국이라는 나라까지 와서, 심지어 아시아 투어를 돌면 여러 경기를 치러 피곤할 텐데도 참 열심히 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친구 2의 말처럼 선수들이 과연 저 돈을 받으니깐 저렇게 뛰는 것일까? 이 점에 대해서는 생각의 순서가 달랐다.
선수들은 매순간순간 치열하게 경쟁하고 최선을 다해왔긴 때문에 그 무대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친구 2의 말처럼 그렇게 많은 돈을 받으면 저렇게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긴 하겠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의 직업윤리이다, 당연한 거다 뭐 이런 이야기를 떠나서 부족할 것이 없는 그들의 태도에 주목해야 한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맨시티는 주전멤버를 거의 다 후보선수들로 교체했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후보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경기가 더 루즈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졌을까? 정반대였다. 서로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득점 없이 끝마쳤던 전반전과는 달리 후반전에서는 세 골이 터졌다. 심지어 포문을 연 것도 교체로 투입된 선수였다.
최정상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선수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선발로 경기를 뛴 선수들은 그들의 가치를 입증하고 주전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후보선수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본인의 존재감을 뽐내기 위해 목숨을 건다. 그렇게 치열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만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이겨낸 이들이 결국 보상과 영광을 누리는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경기관람이었다. 티켓값이 아깝지 않게 느끼기 위해 억지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