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인터넷 면접후기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서류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 면접에 대한 불안감이 이내 엄습해 온다. 아마도 다들 인터넷에 이래저래 닥치는 대로 검색해 보았을 것이다. 잘한 후기, 공포의 압박면접후기 등 다양한 후기들이 넘친다. 처음면접을 보는 경우에 사실 상당히 도움이 되기도 한다. 회사의 분위기, 면접의 절차, 질문의 종류 등 참고할 만한 정보가 많다. 면접 후기에서 참고할 부분은 딱 거기까지이다. 회사와 면접에 관한 분위기를 참고할 만한 사실적인 정보들만 섭취하라는 이야기다. 압박면접을 어떻게 잘 헤쳐 나왔는지, 다른 번뜩이는 아이디어, 답변들은 보면 볼수록 면접장에서 여러분을 더 수렁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합격자들의 정답을 참고하는데 왜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면접은 그야말로 생물 같다. 같은 회사의 면접이라 해도 해마다 기조가 달라지기도 한다. 공교롭게 내 면접시간에 배정받은 면접관이 평소에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에 따라 내 자기소개서에 더 흥미를 가지기도 한다. 또, 같은 조로 들어간 면접자들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엄청난 스펙과 화려한 언변을 가진 지원자 다음순서인 탓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다 같이 훈훈한 분위기로 면접이 마무리되기도 한다. 이런 시나리오들에 대한 모든 대비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한 지원자가 취업준비 첫 시즌 때 겪었던 일이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최고로 일컫어지는 화장품 회사로 지금도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회사 리스트에 늘 이름을 올린다. 지원자는 대단한 스펙이랄 것도 없고, 가진 자격증도 운전면허증 외에 없는 지원자였다. 성적도 고만고만했다. 아니 아마 대기업 지원자들 중에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을 것이다. 다만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진심이었고, 학창 시절에 여러 취미활동과 아르바이트, 여행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었다. 그러나 지원자는 취업시즌을 처음 겪어보며 본인이 흔히들 말하는 취업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이라는 것을 여러 회사에 지원해 보며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취업 준비 첫 시즌이니까 경험 삼아 편하게 평소 내 생각을 말하고 와야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관 5:5의 방식이었다. 이런저런 기본적인 질문들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지원자는 별다른 질문을 받지 못했다. 아마 특별히 눈에 띄는 스펙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한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 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보라'는 질문을 했다. 첫 번째로 질문을 받은 지원자가 답했다. '들어오면서부터 건물이 너무 이뻐서 이 건물로 출근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솔직히 감탄이 나올만한 답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무난하면서도 좋은 답변을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의 지원자에게도 대답의 시간이 찾아왔다. 취업 첫 시즌을 겪는 지원자의 순진함과 어차피 첫 시즌은 경험으로 삼자는 마음에서 정말 그 순간 머릿속에 하던 대답을 했다. "왼쪽에 계신 네 분의 면접관님은 다들 재킷까지 다 입으신 반면에 맨 오른쪽에 계신 면접관님은 재킷을 안 입으시고 셔츠도 조금 주름져있어서 혹시 기러기 아빠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라고. 그 대답과 동시에 면접관들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기러기 아빠였던 모양이었다.
그 대답 이후 갑자기 면접관들은 그 지원자의 서류를 뒤적이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취미가 패러글라이딩이네? 패러글라이딩은 어디서 해요?' '축구동호회도 하고 야구동호회도 했네? 공부는 그럼 언제 해?' '그래서 학점이 별론가?' 이런 식이었다. 다행히 지원자가 실제로 살면서 겪었던 일들이 주제가 되었고 편안하게 대답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기러기아빠 답변 이후 정확히는 몰라도 한 20분 정도 지원자 혼자 대답하는 분위기였다. 당연하게도 그 지원자는 합격했다. (그러나 첫 출근 오리엔테이션 당일 더 가고 싶었던 회사에 합격 통보가 와서 취업은 포기하였다는 반전)
이상 실제로 나의 취업시즌 이야기였다.
이 면접이 나의 취업시즌의 꽤 초반에 있었던 일이었다. 이 면접을 통해서 뭔가를 깨달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는 그 깨달음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랐는데, 회사를 직접 운영하며 직원채용을 진행하면서 비로소 명확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서류나 스펙은 그야말로 이야기 소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합격할 만한 자질을 가진 지원자들을 이미 불러 놓았으니 동일 선상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면접관들은 무엇을 보고자 할까?
면접관들은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를 원한다. 비슷비슷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당신이 더욱 매력적인 사람임을 알아내기를 원한다. 당신을 뽑아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싶은 것이다. 면접관들이 면접 시즌동안 똑같은, 비슷한 이야기를 얼마나 들을지, 몇 년이나 들어왔을지를 상상해 보라. 여러분들이 평소 살면서 가진 철학과 신념, 경험을 듣고 싶은데 인터넷에서 합격 후기라는 것들을 참고해서 이쁜 이야기로 아무리 잘 포장을 한다한들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도 모르는 면접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는가. 결국 모든 일은 본질로 귀결된다. 나의 글의 사례도 결국 하나의 면접후기 처럼 되어 버렸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의 본질은 '다른 사람의 경험이 아닌 본인의 철학과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저 면접에 참여하신 분들이 너그러이 봐주시고 좋게 흘러가서 다행이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 답변인가? 이처럼 면접후기를 마냥 그대로 섭취하고 참고하는 것은 우리가 위험인지 조차 알 수 없는 많은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면접 준비 과정에서 인터넷 후기나 일반적인 조언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런 정보들은 면접에 대한 기본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면접의 성패는 결국 지원자 개인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이를 매끄럽게 표현하는 기술에 달려있다. 면접은 단순히 질문을 하고 답 하는 인터뷰가 아니다. 지원자의 개성과 평소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하나의 기회인 것이다. 모두의 삶과 가치관이 다르 듯, 모두의 답변은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면접관들이 보고 싶은 것은 여러분들의 이제까지의 삶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과 철학이지 정제되고 다듬어진 마냥 깔끔한 답변이 아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떤 인재로 발전해 나갈지, 회사에 도움이 될지가 궁금한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우수한 답변들을 공부하고 답습하는 것은 병명이 다른데 좋은 약이라고 어느 병에나 동일한 약을 쓰는 것과 다름이 없다. 환자마다 다른 진단과 처방이 중요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