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의 시대적 의미 변화
인스타그램에서 동영상 섹션이 생기고 나서 여러 번 곤란한 순간을 겪었다. 그 조그마한 휴대전화의 액정을 정밀하게 터치하기에 내 손이 너무 큰 것인지, 조용한 공공장소에서 나도 모르게 시끄러운 동영상이 재생되어 곤란했던 경험이 여러 번이다. 그 동영상이라는 것이 불법적이지 않지만 꽤나 자극적이어서 옆사람한테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주로는 요즘 유행이라는 챌린지 형식의 춤을 추는 영상들인데 나로선 여간 민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고나 마케팅 쪽에서도 주요 매체가 블로그에서 유튜브로, 이제는 그보다 더 간편하고 짧은 틱톡이나 릴스, 쇼츠와 같은 형식이 효율적인 매체로 떠올랐다. 영상 포맷으로의 급격한 전환을 넘어서서, 이제는 보기 편한 영상마저도 너무 길게 느끼는 문화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영상까지도 10초 내외의 짧은 프리뷰 식으로 흥미를 이끌어내야만 하는 치열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플랫폼의 전성기 속에서 브랜드들은 필수적으로 트렌드를 따라 짧은 형태의 온라인 광고를 진행하지만 내가 더 흥미롭다고 느낀 점은 개인의 동영상 포맷 적응속도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 요즘의 릴스, 틱톡 같은 형태도 하나의 동영상이라는 점에서는 tv, 유튜브,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UCC라는 형태로 접해보았던,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문화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의 그것은 모든 면에서 확실히 다르다. 아르바이트, 쇼핑하는 모습 등 개인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라는 형태의 대중화가 대표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변에 누군가가 그런 영상을 찍어 공유한다고 하면 '관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여기서의 '관종'은 모두가 느끼듯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언어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야말로 '관종의 시대'가 된 것 같다. 특별히 관심을 갈구하는 유별난 욕구가 아닌, 싸이월드에서 가끔 눈물을 흘리던, 카카오 상태 메시지로 슬쩍 나의 감정상태를 표현하던, 하나의 익숙하고 편안한, 일반적인 자기표현의 진화한 형태인 것이다.
하지만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 반드시 모두가 영상을 찍고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상에 친숙한 이들이 주류가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나 같은 비주류도 관중으로써 이 시대의 흐름에 함께한다. 신인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구독, 좋아요를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