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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리스트 Jul 03. 2022

회사에서 독서토론회라니

퇴사마려움 잠시만 참고 들어주세요

 먼저 제목을 보고 시퍼렇게 질렸지만 어떤 회사인가 궁금해서 오신분들께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작은 회사에서의 직원들의 성장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글이며, 독서토론회는 그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실천적 과정에서욕먹을 각오하고 시도한 작지만 큰 도전이었음을 먼저 밝혀둔다. 

 

 회사를 운영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을 해왔고, 늘어난 과업만큼 하나 둘 함께하는 멤버들도 많아졌다. 흔히들 말하는 대기업에 신입으로 입사해서 7년간 생활하면서 느꼈던 불만과 아쉬움을 내 회사에서는 '최대한 없애보자'라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시작했었더랬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파트너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신중하게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동안 어느덧 열두명의 멤버들과 함께하는 회사가 되었다. 여전히 작은 규모이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성장통을 겪으며 느꼈던 고민의 크기는 그 어떤 규모의 회사만큼이나 우리도 치열했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운영해나가면서 개인적으로, 사업적으로 하게 되는 고민들이야 시간만 주어진다면 천일야화 정도로도 풀어낼 이야기가 많을 것 같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은 조직관리였다. 큰 회사들이야 전문적인 체계와 관리부서, 그리고 누군가 퇴사해도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있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직원들일 실무를 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로 느껴진다. 실제로 현업에서는 본인의 업무범위를 넘어서서 초인적인 역할이 요구되기도 하는데 반면 보상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의 어려움만 함께 견디다가 달콤한 열매는 맛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을 내부 육성해서 더 중요한 책임과 권한을 맡기다는 일도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되어버린다. 



 

 사실 우리 회사는 처음 파트너와 둘이 시작해서 지금 열두명이 되기까지 한 명의 퇴사자 없이(인턴으로 잠시 일했던 친구 둘을 제외하고) 길게는 4년째 직원들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멤버들 한 명 한 명 회사에 대한 애정도 시간만큼 깊어지고 (미움도 깊어졌으려나..) 개개인의 업무 숙련도도 많이 향상되었다. 그렇게 회사도 점차 외형성장을 해오다 보니 업무의 범위도 넓어지고 다양해져서 지금의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회사도 구성원들도 한계를 느끼게 되는 지점에 도달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여기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외부인원에서 필요한 포지션을 충원을 하자니 필요한 포지션을 전부 뽑을 수도 없을뿐더러, 과연 우리의 철학과 현재 상황을 이질감 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결론은, 외부에서 적합한 포지션의 인재를 뽑아오는 것은 필요하다였다. 하지만, 그전에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 내부 직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먼저 줘보자. 그게 나의 오랜 시간 고민의 결론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외부에서 사람을 충원한다면 현재 직원들이 갖추지 못한 역량이나 전문분야가 될 텐데, 직원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과 직원들이 그 니즈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고민에 고민이 더해져서 직장인들로서는 끔찍하게 여길 독서토론회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사실 독서를 즐기는 나로서는 애 진작에 직원들과 해보고 싶었지만 나도 직장생활을 오래 한 입장에서 얼마나 끔찍할지 알기에 감히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러나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스테이지에서 직원들의 업무 역량 및 의지를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이런 일련의 챌린지도 필요한 단계라 스스로 선택을 합리화하며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평소 브랜드를 운영하며, 브랜드 컨설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직원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었던 책이 바로 떠올랐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주가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엮어 낸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책으로 독서토론회를 하겠노라 선언하고 모두의 손에 한 권씩 쥐어 주었다. 우리가 운영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정립해보는 워크숍으로 운영하겠노라, 그러므로 업무 시간에 읽으라 일러두며 한 달의 시간을 주었다. 


* '파타고니아'책의 내용과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은 이후 따로 기회가 된다면 간단한 서평식으로 다루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미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글이 훨씬 길어져버렸다. 



 아무튼 나의 기대 반 걱정 반의 독서토론회는 생각보다 훨씬 순조롭게, 기대 이상으로 직원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나름의 동기부여가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자평해본다. 


지금 회사가 겪어나가는 스테이지에서의 치열한 고민과 구성원들 하루하루의 과업들이 정답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형태를 조금씩 구성원들과 함께 갖추어 가고 있다는 점에는 조금씩 더 확신이 든다. 다음번 쓰게 될 글에서 또 완전히 뒤바뀐 감정으로 글을 쓰게 될진 확신할 수 없지만, 여전히 개인의 발전을 통한 회사의 발전이 가능하며, 필요조건이라는 생각은 끝까지 스스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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