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에 근거한 야근을 최소화하는 방법
야근은 절대악이고 내 시간은 소중하다는 이기적인 워라밸 마인드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앞서 내가 사장이라고 생각해 보자. 맡은 일을 책임지고 끝가지 완수하기 위해 야근도 불사하고 열중하는 직원과 데드라인이 임박했음에도 워라밸 운운하며 칼퇴를 위해 주섬주섬 집에 갈 준비를 하는 직원. 누구에게 더 신뢰가 가는가? 두 사람 모두 승진 대상자라면 누구를 먼저 올리겠는가? 사실 직장생활이란 게 참 단순하다. 사장 마인드만 장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아니 내가 말단 직원인데 무슨 사장 마인드냐고? 스스로 일개 직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는 부속품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필요 없으면 교체당하든 무의미한 일에 혹사당하든 부속품의 인생으로 살고 싶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부속품으로 계속 살고 싶은 사람들은 어치피 이런 글도 읽지 않을 것이고 평일에는 퇴근 후 술 마시며 애사심이란 탈을 쓴 채 사람욕, 회사욕이나 하고 주말에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숏츠나 보고 있을 테니 논외로 하자.
이 글은 읽고 있는 당신은 훌륭하다. 될 사람이다. 성장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있으면 못할 게 없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그것을 악용하는 조직과 이용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14년 동안 교직원 생활하면서 야근도 참 많이 했다. 5시가 퇴근시간인데 몇 년을 밤 8~9시에 퇴근한 적도 있다. 심지어 밤을 새우기도 했다. 초과근무수당 신청도 거의 안 했다. 학교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말에 나하나라도 돕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참 미련스럽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초과수당을 신청하지 않으니 일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낮에는 틈만 나면 티타임에 담배 피우러 다니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저녁에 남아 일하고 초과수당을 꼬박꼬박 신청하던 직원은 일이 많은 사람이 되었고 해당 부서에는 신규직원을 추가로 뽑아 줬다.
"사장 마인드로 일하라더니 꼴좋다."
인정한다. 뭐 꼴이 아주 보기 좋게 되었다. 과거를 한탄하고 있으며 뭐 하겠나.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어떻게 하면 야근을 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을까? 야근을 안 하려면 업무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업무효율성 높이려면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리하는 뇌(대니얼 J. 레비틴)]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중요도에 상관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우리 뇌의 기능은 무한하지 않다. 다음의 3가지만 잘 지켜도 업무효율성 30% 이상 무조건 올라간다. 내가 직접 실천해 보고 효과를 본 것들이니 꼭 실천해 보면 좋겠다.
1. 책상과 바탕화면부터 정리하기
제발 책상 좀 치우자. 책상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과자부터 서류더미까지 온갖 물건이 가득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 뇌는 다르다. 비록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더라도 뇌의 일정 부분은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단 말이다. 컴퓨터에 창을 수십 개 열어두고 작업을 하면 어떻게 될까? 컴퓨터 바탕화면도 마찬가지다. 보통 듀얼모니터를 사용하는데 간혹 양쪽 모니터에 아이콘이 가득한 사람이 있다. 이 또한 책상 정리를 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수많은 물건들과 아이콘이 뇌의 효율을 엄청나게 방해한다. 무의식에 일정 대역을 계속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책상은 아무 물건도 놔두지 말고 정리하고 업무 중인 서류 딱 하나만 꺼내라. 바탕화면도 아이콘 5개 이하로 정리하자. 업무자료는 폴더 하나에 하위폴더를 만들어 범주화해서 정리하면 된다. 못하겠다면 폴더 하나 만들어서 다 때려 넣고 필요할 때 찾아 써라. 생각보다 쓰는 아이콘이 몇 개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2. 휴대폰은 눈에 안 보이게
나는 업무 중에는 가급적 폰을 눈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운다. 보통 서랍 안이나 자리 뒤편 캐비닛 같은 곳 말이다. 반드시 폰으로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폰은 가급적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둬야 한다. 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 놓는 것만으로도 뇌가 사용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업무 중에 휴대폰을 치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불필요한 어플의 알림을 모두 꺼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상 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충전 거치대를 놓고 폰을 모셔두는 사람이 업무집중도가 높을 리가 없다. 아니, 높아질 수가 없다.
3. 멀티태스킹은 없다.
우리 뇌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 (전 세계 사람들 중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아주 극 소수의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냥 뇌 구조가 그렇다.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느낄 뿐이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경우 작업전환 피로가 누적되며 주의력이 분산되니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특정 업무를 진행할 때 한 가지 서류만 책상에 올려둔다. 바탕화면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하루종이 정신없게 이일저일 했지만 뭔가 한 것은 없는 하루를 경험한 적은 없는가?
4. 잠시 창밖을 본다.
보통 한 가지에 집중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시간은 25분 정도라고 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경우가 다반사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일어서서 잠시 창밖을 바라보자.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초록색 나무나 숲이 보이면 더 좋다. 잠시 눈을 감는 방법도 있다. 사무실 내에서 눈치가 보인다면 잠시 복도를 걷고 들어오는 것도 방법이다. 집중과 휴식을 적절히 활용하면 효율은 급격히 올리 간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상황들이 겹쳐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건 맛있는 야식 시켜 먹고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면 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야근의 습관화다. 습관이 되면 정말 고치기 힘들다. 나도 그랬다. 밤에 전화도 안 오니 조용하게 혼자 일하는 게 좋다고? 정신 차려라. 나쁜 습관이다.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꼴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집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수면은 정말정말 중요하다.) 그게 궁극적으로 당신을 살리고 회사를 살리고 가족을 살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