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내 저평가 현금흐름 자산
미국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나스닥의 기술주나 S&P 500 내 대형 성장주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장기 가치투자 관점에서 보면, 지수 안에 포함돼 있으면서도 시장의 관심에서 비껴 난 기업들이 존재한다. 발레로 에너지 Valero Energy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발레로는 현재 S&P 500 구성 종목이지만, 밸류에이션과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발레로는 미국 최대 정유사 중 하나로, 하루 약 310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 정제 용량의 약 15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순한 생산량보다 중요한 점은 정제 설비의 질이다. 발레로의 정제 복잡도 지수는 업계 평균을 상회하며, 중질유를 투입해 디젤과 항공유 같은 고마진 제품을 생산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 구조는 원유 가격 방향성과 무관하게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재무 지표를 보면 발레로의 성격은 더욱 분명해진다. 최근 기준 발레로의 주가수익비율은 8에서 9배 수준으로, S&P 500 평균을 크게 하회한다. 잉여현금흐름은 연간 100억 달러 안팎으로, 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수익률은 10퍼센트 이상이다. 이는 성장 프리미엄이 아니라 현금 창출 능력 자체에 근거한 평가다.
부채 구조도 보수적이다. 발레로의 순부채 비율은 에너지 업종 내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며, 유가 하락 국면에서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유지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발레로는 최근 몇 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연간 수십억 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해 왔다. 배당수익률은 약 3퍼센트 수준으로, S&P 500 평균을 상회한다.
발레로의 투자 포인트는 거창한 성장 스토리가 아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라는 장기 흐름 속에서도 정유 제품에 대한 수요는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디젤과 항공유는 대체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질유 공급 불확실성은 정제 능력이 뛰어난 미국 정유사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나스닥이나 S&P 500 지수에 상장된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고평가 된 것은 아니다. 발레로는 지수에 포함돼 있으면서도 여전히 경기 민감주라는 이유로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숫자로 보면 발레로는 이미 여러 사이클을 거치며 현금흐름 중심의 사업 구조를 입증해 왔다.
워런 버핏식으로 정리하면 발레로는 예측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다. 기술 혁신을 맞혀야 하는 기업도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설비와 시장 구조 속에서 현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다. 빠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S&P 500 내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발레로 에너지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종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