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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미국 대규모 기업 파산 현황과 암울한 경제

거시 경제 지표와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

by sonobol





2025년 7월, 미국 경제는 15년 만에 최악의 기업 파산 사태를 맞으며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고금리 환경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연이어 쓰러지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본 분석에서는 현재의 파산 현황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둘러싼 거시 경제 지표와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여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해 본다.


1. 15년 만의 최악: 2025년 상반기 기업 파산 현황
2025년 상반기(1월~6월) 동안 미국에서는 총 371건의 대규모 기업 파산이 발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약 11% 증가한 기록이다. 특히 6월 한 달에만 63건의 파산 신청이 추가되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가 집계하는 이 통계는 자산 또는 부채가 2백만 달러 이상인 상장기업 또는 1천만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므로, 실제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체 파산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 편중 현상 심화: 산업재와 소비재의 몰락
이번 파산 사태는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산업재와 소비재(자유소비재)로, 상반기 동안 각각 58건과 49건의 파산을 기록했다. 이 두 업종이 전체 파산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들이 현재의 경제 환경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 산업재 (58건): 건설, 기계, 운송 등 산업재 부문은 전방산업의 수요 감소와 고정비 부담 증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위축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 소비재 (자유소비재, 49건): 자동차, 의류, 가구, 레저 등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와 관련된 자유소비재 업종은 고물가와 실질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자들의 지출 삭감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누렸던 보복 소비의 특수는 끝나고,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뒤를 이어 헬스케어(27건), 필수소비재(19건), 정보기술(16건), 금융(13건), 부동산(12건) 순으로 파산이 발생했다. 헬스케어 부문은 높은 인건비와 약가 인하 압력, 팬데믹 관련 지원금 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재정난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만한 파산 사례
올해 파산 보호를 신청한 기업 중에는 한때 각 산업을 대표했던 유명 기업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정 기업명은 시점에 따라 변동 가능하므로 구체적인 사례 언급은 생략하나, 이들 기업의 파산은 해당 산업의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2. 파산 쓰나미의 근본 원인: 복합적 위기의 서막
이번 대규모 파산 사태는 단일 요인이 아닌,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 고금리 환경의 장기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히 팬데믹 시기,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환경에서 막대한 부채를 조달했던 기업들은 급증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졌고, 기존 부채의 만기 연장(리파이낸싱) 역시 높은 금리 장벽에 부딪히면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었다.


*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소비 심리 위축: 장기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잠식했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계는 필수재를 제외한 모든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는 소매, 레저, 외식 등 소비재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직결되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가능성과 함께 거론되는 광범위한 관세 정책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소비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좀비 기업의 구조조정: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과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연명하던 ‘좀비 기업(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의 파산 증가는 어쩌면 예견된 구조조정 과정의 일부라는 분석도 나온다.


*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무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이어져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3. 경기 침체 진입과 향후 전망: 깊고 긴 터널의 시작
단순한 기업 파산 증가를 넘어, 각종 경제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했거나, 진입 직전에 와 있음을 시사한다.


* 공식적인 경기 침체(Recession) 전망: S&P, Deloitte 등 주요 신용평가사 및 컨설팅 기관들은 2025년 하반기 미국 경제가 공식적인 경기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이미 2분기부터 실질적인 성장세가 꺾였으며, 하반기에는 더욱 뚜렷한 경기 위축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성장률 둔화와 역성장 가능성: 2025년 미국의 연간 GDP 성장률은 1%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큰 폭의 둔화다. 일부 비관적인 기관에서는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 즉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고용 시장 한파 예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고용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파산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 역시 보수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4% 수준인 실업률은 2026년까지 5~6%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소비 여력을 더욱 감소시켜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 제한적인 금리 인하: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3% 내외를 맴도는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섣불리 금리를 인하했다가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며, 본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은 2026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파산 증가세 지속: 이러한 거시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기업 파산 증가세는 2025년 하반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앞서 언급된 산업재, 소비재, 헬스케어 등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한계 기업들의 퇴출과 산업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4. 시사점: 위기 속 기회, 그리고 대비
미국의 대규모 기업 파산 사태는 단지 미국만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 글로벌 경제 동반 침체 우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침체는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이어져, 한국을 포함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업들은 수출 전략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 산업 구조조정과 M&A 시장의 활성화: 위기는 곧 기회다. 파산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고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에게는 경쟁사를 저렴하게 인수하여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파산 신청 기업의 상당수는 청산(Liquidation)보다는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Reorganization)을 택하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한 M&A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 투자 및 리스크 관리 전략의 재편: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기 방어주로 꼽히는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 등의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고위험 자산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현금 확보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기업 경영자들 역시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 경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2025년 미국 경제는 15년 만의 최대 규모 기업 파산이라는 명백한 경고등과 함께 깊고 어두운 터널로 진입하고 있다. 고금리와 소비 위축이 초래한 이 복합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우며, 하반기 공식적인 경기 침체 진입과 함께 고용 시장 악화 등 고통스러운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 거대한 파도가 어디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확실한 것은 지금이 바로 우리 경제와 기업, 그리고 개인이 다가올 더 큰 충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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