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당황하는 이유는 실무자 때와는 다른 차원의 업무량과 범위 때문입니다. 리더가 되면 책임져야 할 업무가 팀원 수에 비례해서 몇 배로 늘고, 회의는 열 배쯤 몸집을 불리니까요.
게다가 상사는 왜 이렇게 팀장을 찾고, 경영진은 성과를 독촉하는지, 팀원은 걸핏하면 섭섭해하거나, 아프거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지 의문이에요.
괜히 맡았나, 다시 팀원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할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인사 담당자는 예전에 비해 팀장을 맡지 않겠다는 직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해주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걱정하지 말고 해보세요,
팀장 경험은 큰 자산이 됩니다
팀장에 관한 괴담(?)은 저도 익히 들었지만, 올바른 방향에 서 있기만 하다면 초반의 서툴렀던 리더라도 결국은 눈부시게 나아집니다. 게다가 팀장 경험만큼 커리어에 자산이 되는 일도 흔치 않은 걸요. 제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팀을 이끌어본 경험은 어떤 커리어 경로를 그리든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 됩니다.
본인의 커리어를 관리자(리더)가 아니라 전문가 트랙으로 정했더라도 팀장 경험은 꼭 해보는 게 좋습니다. 고연차가 되면 설령 팀장을 맡지 않더라도 다른 구성원과 협업하며 긴 호흡의 성과를 내는 업무를 해야 하거든요.
3년 차가 할 만한 업무를 20년 동안 계속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연차가 올라갈수록 팀 단위 매니징조차 안 되는 실무자는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팀원이라도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굵직한 업무를 이끌 수 있으면 탄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팀장을 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팀장 업무야말로 독립적인 업무를 완성형으로 해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된다는 건 안정된 시스템 안에서 평생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경영 수업 또는 창업 수업을 할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팀장 업무를 한번 곰곰이 떠올려보세요. 경영진은 팀장에게 덩어리 업무를 뚝 떼어 맡기면서 예산과 인프라, 인력을 지원해줍니다. 팀장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선순위에 따라 수없이 많은 의사 결정을 해야 하고요.
팀장이 일하는 방식은 스타트업이 고유의 브랜드를 가지고 계약한 기관과 일하는 방식, 또는 프리랜서가 일감을 수행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팀장을 괜히 미니 CEO, 작은 경영자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팀장이 되면 실무자 입장에서 생각하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법을 배웁니다.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 역시 팀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서 ‘어디서 일하든, 무엇을 하든 먹고살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는 걸요. 팀장 시절에 배운 것들은 창업을 한 지금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조직에 이직해서 구성원으로 일했더라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팀장을 권하는 세 번째 이유는 팀장이란 제대로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팀장 감이 아닌가 봐.’라는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분들께 꼭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일 잘하는 팀장은 타고난 기질과 리더십으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경영자 역할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팀장은 아니에요. 누구든 잘할 수 있고, 배울수록 확실히 더 나아집니다. 다만, 실무자 때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할 뿐입니다.
왜 탁월한 실무자가
팀장이 되면 평범해질까?
왜 촉망받던 스타 직원은 팀장이 되고 나서 평범해지고, 평범했던 직원은 탁월한 팀장이 되는 일이 벌어질까요? 팀장, 즉 리더가 일을 잘하는 방식은 실무자 때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이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듯, 실무자이던 팀원 시절과 리더인 팀장의 세계는 다른 규칙이 작동합니다.
팀장부터는 조직의 목표와 지향점을 이해하고, 팀원을 통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리더가 찾아온 답을 열심히 실행하던,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결과물을 만들었던 실무자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결정 범위는 넓어지고, 팀원과의 관계 역시 단순한 동료 수준을 넘어서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 개인 능력치보다 팀 단위의 성과 관리와 팀원성장을 더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뛰어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실무자 때와 기준이 확 달라지는 거죠. 일 잘하고 성실하던 많은 팀장들이 이 달라진 기준 때문에 우왕좌왕 혼란스러워합니다.
성과 관리를 하라는데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왜 경영진은 우리 팀 고과를 B 이상은 주지 않는 건지, 팀원은 왜 몇 번을 말해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지, 회의만 하면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왜 나만 동동대는지, 온종일 일하는데 왜 업무는 줄어들지 않는지, 다른 팀은 화기애애하게 보이는데 우리 팀은 왜 불만만 많아 보이는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선배에게 물어봐도 ‘원래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 같은 원론적인 말이나 ‘나도 모르겠다. 지금도 헤매는 중이다’ 같은 당황스러운 답변이 돌아올 뿐입니다.
사실 일 잘하기로 유명한 팀장이라도 어느 순간 습득한 것이라 누군가에게 알려주기는 어렵거든요. 그러니 신임 팀장이든 어깨너머로 팀장 업무를 배운 고참 팀장이든 답답한 마음에 속으로 한탄하곤 합니다.
누가 하루만이라도 나에게 팀장 수업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 글은 그런 매콤 달큰한 현실을 살아가는 리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가이드를 목표로 썼습니다. 제 나름의 답을 담은 일종의 팀장 인수인계서라고나 할까요.
내 맘 같지 않은 팀원들 (출처 : 픽사베이)
만병통치약 같은 정답은 없겠지만, 더 나은 방법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신간이 나왔습니다. (❁´◡`❁)
지난주에 막 임명된 따끈따끈한 신임 팀장, 여전히 적응 중인 6개월 차 팀장, 리더가 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막막한 마음에 답을 찾는 분, 팀장의 권한과 역량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주니어 일잘러, 20년 넘은 직장생활 끝에 마침내 팀장을 맡게 된 분, 3년 차에 난데없이 역할을 떠안은 분 모두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