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관광이 만나는 지점

『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열 한번째 이야기

by 멘토K

여행을 떠날 때 우리는 자연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관광지가 사람들로 붐빌수록 자연은 지쳐간다.

너무 많은 발길이 닿은 숲길은 상처가 나고, 개발에 치중한 해안은 바다 생태계를 위협한다.


그래서 요즘은 ‘관광이 자연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지켜주는 방식으로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곳곳에서 던져지고 있다.


답은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여행은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니세코를 떠올려보자.

눈 덮인 설원이 펼쳐진 그곳은 한때 무분별한 개발 열풍으로 숲과 계곡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역과 주민들이 함께 고민한 끝에 ‘친환경 리조트’ 원칙이 만들어졌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숙박 시설, 폐기물을 줄이는 운영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지금의 니세코는 단순히 스키를 즐기는 곳을 넘어,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변했다.

이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지킨다’는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자료 : 니세코빌리지


우리나라 제주도의 곶자왈도 좋은 사례다.

곶자왈은 독특한 숲 생태계를 지닌 지역으로, 한때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훼손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가이드와 함께 걷는 생태관광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관광객은 숲길을 따라 걸으며 곶자왈의 가치를 배우고, 입장료 일부는 보존 활동에 쓰인다.

숲을 지키는 동시에 지역 주민은 일자리를 얻고, 관광객은 의미 있는 경험을 남긴다.

관광과 환경이 함께 살아가는 길이 이런 모습일 것이다.

곶자왈환상숲.jpg 자료 : 환상숲 곶자월공원


조금 더 멀리 가면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이야기도 있다.

이 도시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친환경 체험장이 되었다.


자전거가 차를 대신하고, 마을 곳곳은 태양광 패널로 빛난다.

관광객은 단순히 도시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인 삶을 직접 체험한다.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구나”라는 경험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울림을 준다.

드라이잠 자전거 도로


이런 사례들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관광은 더 이상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숲길을 걸으며 나무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고, 바닷가를 걸으며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을 떠올리는 것, 그것이 오늘날 여행이 가져야 할 모습이다.


환경과 관광이 만나는 지점은 사실 아주 가까이에 있다.

마을 한켠의 작은 텃밭, 조용한 바닷가 산책로, 주민이 직접 가꾸는 숲길이 그 시작점이다.

여행객이 그곳에서 ‘쉼’을 얻고, 동시에 지켜야 할 가치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바로 로컬의 경쟁력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연은 지켜지고, 지역은 힘을 얻는다.


결국 여행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곳에서 무엇을 남기고 가겠습니까?”

소비가 아니라 공존, 파괴가 아니라 보존. 그 선택은 크지 않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쓰레기를 줄이고, 지역에서 만든 친환경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은 발걸음. 그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관광의 판을 바꾸고, 환경과 지역 모두가 살아나는 길을 만든다.


머무는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 그 속에서 배우는 책임, 그리고 남기는 작은 흔적. 그 모든 것이 모여 로컬의 미래를 바꾼다.


여행자가 머물다 간 자리에 숲이 더 푸르고, 마을이 더 건강해진다면, 그것이 진짜 의미 있는 관광이 아닐까.


- 멘토 K -




참고자료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생태관광 공식 안내

Niseko Town Council, Sustainable Resort Guidelines (2023)

Freiburg City Tourism Office, Sustainable Tourism Repor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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