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가 관광지가 되는 스토리텔링

『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열 세번째 이야기

by 멘토K


도시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습지는 사실 가장 오래된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물길이 모이고 풀과 새가 함께 어우러지는 그곳에는 사람의 손길보다 자연의 질서가 앞선다.


그런데 요즘은 단순히 보호해야 할 생태 공간을 넘어,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 자원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습지를 찾는 사람들이 단순히 갈대숲 사이를 산책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그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머무름은 훨씬 길어진다.


예를 들어 순천만 습지는 단순한 갈대밭이 아니라 ‘갯벌의 생명력’을 담은 거대한 무대다.


순천시는 이곳을 단순 관람형 공간에서 벗어나 생태해설사와 함께 걷는 스토리텔링 투어, 갯벌 체험, 새 관찰 프로그램 등으로 확장시켰다.


방문객은 그 과정에서 ‘습지의 역사’와 ‘생명의 순환’을 배우며,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자연과의 연결감을 경험하게 된다.


한 장의 사진보다 오래 남는 기억은 결국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또 다른 사례로 창녕 우포늪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 습지인데, 단순히 ‘자연이 아름답다’라는 메시지에 머물지 않는다.


“2억 4천만 년의 시간”이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포늪은 ‘살아있는 화석 같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학생들에게는 생생한 환경 교과서가 되고, 도시인들에게는 일상에서 벗어나 생명의 기원을 마주하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단순히 습지를 산책하는 게 아니라, ‘시간 여행’이라는 이야기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습지 스토리텔링은 활발하다.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의 가호쿠가타 습지는 ‘철새의 쉼터’라는 이야기를 앞세운다.


방문객은 탐조대에서 철새들이 쉬어가는 장면을 보고, 그 여정 속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의미를 발견한다.


이야기는 단순한 ‘새 구경’을 문화적 체험으로 끌어올린다.


이처럼 습지는 풍경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여기에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더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관광지가 된다.


습지 옆 마을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물을 이용하며 살아왔는지, 계절마다 어떤 축제를 열어왔는지, 옛 전설 속에서 습지가 어떤 의미로 등장했는지를 엮으면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관건은 ‘스토리텔링의 방식’이다.

단순히 팻말에 정보를 적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해설사, 주민 가이드, 혹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체험이 함께할 때 이야기는 생생하게 살아난다.


최근에는 AR(증강현실)을 활용해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습지의 옛 모습을 재현하거나,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야기를 듣고, 보고, 체험하는 순간 방문객은 단순 관광객에서 ‘참여자’로 바뀌고,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


습지를 관광지로 만드는 힘은 결국 ‘이야기’에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만 보아도 마음이 평온해지지만, 거기에 “이 갈대는 바닷물이 밀려오던 시절의 흔적이다”라는 이야기가 더해질 때 감동은 배가된다.


스토리텔링은 습지를 단순한 ‘보존의 공간’에서 ‘머무는 힘이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열쇠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쉼을 원하면서도 단순한 정적(靜的) 체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 빈틈을 채우는 것이 바로 이야기다.

습지는 그래서 생태와 문화, 치유와 배움이 만나는 복합적인 무대가 된다.


앞으로 로컬 관광이 ‘머무는 힘’을 얻기 위해서는 습지를 둘러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경험하게 만들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 멘토 K -


참고자료


순천만습지 공식 홈페이지, 생태관광 프로그램 소개


창녕 우포늪 생태관광 자료 (환경부, 창녕군)


Ishikawa Prefecture Tourism, Kahokugata Lagoon 철새 보호 및 관광 프로그램


한국관광공사, 생태관광 지역 사례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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