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열 네번째 이야기
관광이 단순히 눈으로 보는 구경에서 벗어나 몸으로 경험하는 방향으로 바뀐 지는 오래다.
특히 생태자원은 보호의 대상이면서도 체험으로 전환될 때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사람들에게 직접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나을까?
정답은 없지만, 균형을 찾는 곳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탄생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습지 보존 프로그램은 좋은 예다.
한때 습지의 훼손이 문제로 떠오르자, 지역은 습지를 단순한 ‘보호 구역’으로만 묶어두지 않고, 방문객이 일정 구간을 나무 데크를 통해 걸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습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게 한 것이다.
동시에 지역 해설가들이 동행해 풀과 나무, 철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단순한 ‘습지 산책’이 아닌 생태교육 체험으로 전환했다.
보호와 체험의 균형이 가져온 해법이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순천만 습지는 단순히 갈대밭을 바라보는 곳에서 벗어나, 갈대숲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와 관찰 데크, 생태체험 프로그램으로 확장되었다.
단순한 자연 감상이 아닌, 새를 관찰하고, 철새의 이동 경로를 배우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 워크숍까지 마련한 것이다.
순천만은 이제 국제적인 생태관광지로 자리 잡으며,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예시는 제주 곶자왈이다.
오랜 기간 개발 논리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곶자왈은, 지역과 시민단체가 협력해 탐방형 체험 자원으로 전환했다.
이곳을 방문하면 단순히 숲을 걷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숲 해설사와 함께 곶자왈의 독특한 생태계와 지질학적 가치를 배우고, 체험 활동을 통해 자연을 살아 있는 교과서처럼 느끼게 된다.
단순한 ‘보존 구역’이 아닌 ‘체험 학습장’으로서의 가치를 만든 것이다.
생태자원을 체험자원으로 전환할 때 중요한 것은 ‘과도한 상업화’를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은 숲길을 단순한 탐방로로 두고, 무분별한 개발 대신 방문객의 ‘걷기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덕분에 방문객은 숲을 ‘배경’이 아닌 ‘주인공’으로 느끼며,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이런 방식은 생태자원이 본래 가진 매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생태자원을 체험자원으로 전환하는 핵심은 이야기를 입히고, 체험의 여백을 남기는 것이다.
단순히 숲을 보여주기보다 숲이 가진 시간의 흐름과 생명 이야기를 들려주고, 단순히 습지를 걸어가는 대신 철새가 남긴 흔적을 찾는 경험을 제공할 때, 사람들은 자연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삶의 교과서로 인식한다.
지속가능한 로컬관광은 거창한 시설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마을 한켠의 작은 숲, 오래된 습지, 바람이 불어오는 갈대밭 같은 일상의 자연 속에서 태어난다.
이 자원들을 어떻게 체험으로 연결하느냐가 지역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결정한다.
관광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 머무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생태자원은 그 자체로도 소중하지만, 체험으로 전환될 때 진정한 머무름의 힘을 발휘한다.
- 멘토K -
참고자료
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 공식 홈페이지, 생태관광 프로그램 소개
홋카이도 구시로 습지 보존재단, 습지 보전 및 체험 프로그램 자료
제주 곶자왈도립공원 안내센터, 탐방 프로그램 자료
강원도 인제군청, 자작나무숲 탐방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