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 조건'스물 두번째 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좋은 물건만 있으면 손님이 온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래 지켜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품질이 훌륭하고 가격도 합리적인데, 정작 손님이 없는 가게들이 적지 않았다.
반대로 특별할 것 없는 물건을 파는데도 늘 북적이는 가게도 있었다.
결국 장사의 출발점은 ‘상품’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시장 상인들이 상품에 매달리는 이유는 이해할 만하다.
손에 잡히는 것은 결국 물건이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을 들여오고, 신선도를 관리하고, 가격을 맞추는 일은 눈에 보이게 성과가 드러난다.
하지만 고객을 설계한다는 건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이 상품을 선택하게 할 것인가. 이 과정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도 결국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가게 한켠에 놓여 버린다.
한번은 젊은 부부가 아이 손을 잡고 시장을 찾았다.
아이 간식거리를 찾던 그들은 결국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마다 물건은 많았지만 “아이와 함께 먹기에 좋은 것”이라는 관점으로 안내해주는 상인이 없었다.
고객이 원하는 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자기 상황과 맞닿은 경험이었다.
고객의 여정을 설계하지 못한 시장은 결국 ‘상품의 숲’에서 길을 잃게 만든다.
고객을 먼저 설계한다는 건, 단순히 타겟 연령대나 소비층을 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에 오는 고객이 어떤 마음으로 오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불편 때문에 다시 오지 않는지를 세심하게 읽어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 고객”, “퇴근길에 들르는 직장인”, “주말에 여행 온 젊은 세대”처럼 구체적으로 고객의 장면을 떠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상품이 빛을 발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고객은 상품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화의 태도, 구매 과정의 편리함, 재방문을 유도하는 작은 배려까지 모두 포함해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진짜 장사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을 먼저 설계하는 데서 시작한다.
좋은 상품은 기본이다.
그러나 좋은 고객 경험은 가게를 오래 버티게 하고, 단골을 만들어 준다.
시장은 여전히 많은 상품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남는 시장은 ‘고객의 삶에 맞춘 설계’를 잘한 곳이 될 것이다.
결국 상인의 눈앞에 있는 건 상품이지만, 그 상품을 바라보는 고객의 마음을 먼저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장사의 출발이자, 시장의 미래를 바꾸는 열쇠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