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자식 도와주려다 망가진 부모' 이야기

『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 #32. 스토리

by 멘토K


시니어 창업 상담을 하다 보면 꼭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부모가 은퇴 후 받은 퇴직금이나 모아둔 노후자금을 자식의 창업에 보태주는 경우다.


"아이가 열정이 있으니 믿어보려 한다",

"우리가 도와줘야 성공할 수 있지 않겠나",

"내가 못한 꿈을 아이가 이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거기에 깔려 있다.


부모의 마음은 늘 같다.

자신은 조금 덜 먹고 덜 쓰더라도 자식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선의가 가장 위험한 함정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한 부부는 은퇴 후 모은 2억 원을 아들에게 맡겼다.


아들이 카페를 하고 싶다며 사업계획서를 가져왔을 때, 부모는 그것이 다소 허술하다는 걸 알면서도 묻지 않았다.


"열정 하나면 된다", "요즘 젊은 애들은 다 잘한다더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처음 몇 달은 손님도 많았고, 부모도 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매출이 줄었고, 운영 경험이 부족한 아들은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했다.


임대료는 쌓이고 인건비는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카페는 문을 닫았고, 부모의 노후자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였다.

부모는 아들에게 돈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관계가 흔들린 것이 더 큰 상처였다.


아들은 미안한 마음에 부모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부모는 서운함과 후회가 뒤섞인 채 남은 삶을 살아가야 했다.


돈은 잃으면 다시 벌 수 있지만, 관계에 생긴 금은 회복하기 어렵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딸 부부가 음식점을 시작한다며 부모에게 보증을 서달라고 했다.


은퇴한 아버지는 크게 고민하다가 도장을 찍었다.


결과는 뻔했다.

장사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은행은 보증인을 찾았고, 결국 아버지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가족의 생계를 지켜주려다 오히려 가족 모두가 길바닥으로 나앉을 위기에 몰렸다.


이런 이야기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부모가 자식의 창업을 돕겠다고 나섰다가 본인 노후까지 잃는 경우는 현실에서 흔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자식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식의 능력이나 준비 정도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우리 아이는 다를 거야"라는 믿음으로 밀어붙인다.


그러나 시장은 부모의 애정과는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 손님은 가게 주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부모 세대의 자금 지원은 종종 자식에게도 독이 된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사업을 벌이게 만들고, 자기 힘으로 책임지는 훈련을 빼앗는다.


처음에는 "부모님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 실패하면 그 화살은 다시 부모에게 돌아온다.


"왜 말리지 않았느냐", "왜 무리하게 도와주었느냐"는 원망이 된다.


결국 서로를 탓하며 관계가 멀어진다.


나는 상담 자리에서 늘 이렇게 말한다.


"도와주고 싶으면 돈을 주지 말고 경험을 나누라."


자금이 필요하다면 일부만 보태주고, 반드시 본인도 리스크를 짊어지게 하라.


부모의 전 재산이나 퇴직금을 올인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자식이 실패하면 부모도 함께 무너지고, 자식이 성공하더라도 부모의 삶은 이미 희생되어 있다면 그것 역시 불행이다.


창업은 결국 본인의 선택과 책임이어야 한다. 부모가 대신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부모는 조언자가 될 수 있지만, 자금줄이나 보증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식이 창업을 원한다면, 먼저 철저하게 시장조사와 사업계획을 하도록 이끌고,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지원군’이 아니라 ‘현실을 보게 하는 거울’이어야 한다.


노후는 다시 오지 않는다.

창업은 다시 할 수 있어도, 부모의 삶은 단 한 번뿐이다.


자식을 돕겠다는 마음은 존중하지만, 그것이 본인의 삶을 무너뜨리는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의 노후와 자식의 창업은 연결되어 있지만, 결코 같은 저울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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