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의 오전 커피 한 잔과 함께
이른 아침, 사무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머금는다.
마음이 조금 일찍 깨어 있는 아침. 늘 그렇듯 커피 머신의 진한 향이 공간을 채우고, PC의 커서가 느리게 깜빡인다.
그리고 문득, '60'이라는 숫자가 커피향처럼 스며든다.
이제 나는 환갑을 맞이한 컨설턴트가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묻는다.
“이제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세요?”
나는 조용히 웃는다.
몸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마음과 머리는 놀랍도록 명료하고, 오히려 더 깊어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진 않겠다. 다만, 그 숫자만큼 쌓인 경험과 실패, 성공과 반성들이 내게 새로운 사유의 힘을 주었다고 믿는다.
커리어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선
컨설팅이란 결국 ‘사람을 돕는 일’이다.
누군가의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듣고, 보고, 말하고,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젊었을 땐 전략과 실행이 전부였다.
분석표, 지표, 보고서, 시장 데이터… 모든 것이 숫자와 도표 속에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현장의 온도, 경영자의 표정, 골목 상인의 손끝에서 묻어나는 간절함이 전략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60이라는 나이는 그래서 ‘정답’을 주는 나이가 아니라
‘질문’을 건네는 나이가 아닐까.
"지금 정말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입니까?"
"그 길의 끝에,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까?"
로컬, 그리고 삶의 방향
최근 몇 년, 나는 로컬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통 골목을 걸으며, 한때 붐비던 상권이 조용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리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도 느꼈다.
젊은 창업자들, 시장통의 상인들, 주민과 함께 가게를 꾸미는 마을기업, 지역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자체의 공무원들..
그 속에서 나는 다시 배운다.
경험이란 단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나는 숫자를 읽는 눈보다,
‘사람을 읽는 눈’을 더 귀하게 여긴다.
그게 바로 60을 맞이하는 컨설턴트의 마인드셋이다.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오늘의 현장에서 여전히 배우고,
내일을 함께 기획하는 것.
커피는 식었지만, 마음은 데워진다
한 모금 남은 커피를 마신다.
온기는 줄었지만, 쓴맛 속에 남은 여운이 좋다.
마치 내 인생 같다.
날카로웠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부드럽고 단단한 향이 남는다.
나에게 60은
은퇴의 시간이 아닌, 더 깊은 성찰의 시간이다.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여유,
남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을 줄 아는 마음,
그리고 여전히 배움을 멈추지 않는 열정.
그것이 바로 내가 오늘도 사무실 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이유다.
세상이 바뀌고 기술이 진화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잊지 않는 것.
그 마인드셋 하나면, 나는 앞으로도 충분히 괜찮다.
“나이는 숫자다”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다.
‘당신의 마음이 나이를 결정한다.’
나는 오늘도 마음으로 젊다.
그리고, 충분히 괜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