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 조건' 마흔번째 글
시장에서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나는 늘 정성껏 물건을 다듬고, 진심으로 손님을 대합니다.”
물론 그 마음은 귀하다.
하지만 정성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요즘 고객은 ‘정성’보다 ‘효율’을 먼저 찾는다.
한 채소가게 주인은 매일 새벽 일찍 나와 잎 하나하나를 다듬는다.
그 정성이야말로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젊은 손님들은 “좋긴 한데, 계산이 오래 걸려서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결제대 앞에서 줄이 길어지면 고객은 다시 오지 않는다.
정성은 기본이다.
하지만 손님이 진짜로 기억하는 건 ‘얼마나 빠르고 편했는가’다.
온라인 쇼핑이 강한 이유는 단순하다.
몇 번의 클릭으로 결제가 끝나고, 바로 집 앞까지 배송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시장이 살아남으려면, 고객의 시간을 아껴주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 상품은 보기 쉽게 진열하고
♤ 가격은 누구나 알 수 있게 표시하고
♤ 결제는 카드·간편결제·QR까지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 작은 효율이 모여 고객의 마음을 붙잡는다.
상인들이 종종 오해하는 게 있다.
효율을 강조하면 정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둘은 대립하지 않는다.
정성으로 담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때, 고객은 비로소 만족한다.
예를 들어 반찬을 정성껏 만들었다면, 소포장으로 나눠 담아 고객이 바로 들고 갈 수 있게 하는 것.
그 순간 정성과 효율이 함께 살아난다.
나는 상인들에게 늘 이렇게 묻는다.
“정성은 좋습니다. 그런데 손님은 그 정성을 어떻게 경험합니까?”
고객은 상인의 마음까지 들여다보지 않는다. 대신 빠르고 편한 과정 속에서 ‘아, 여기 신경 썼구나’ 하고 느낀다.
정성이 전달되는 통로가 바로 효율이다.
정성만으로는 고객을 붙잡을 수 없다.
시장의 생존 조건은 고객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
다시 말해 효율이다.
정성은 효율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오늘도 나는 시장을 걸으며 생각했다.
손님이 찾는 건 정성 어린 마음뿐 아니라, 빠르고 편한 경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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