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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모임에서 늘 중심이 되고 싶은 사람

『知彼者 心安也』 여섯 번째 글

by 멘토K


어떤 모임에 가든 꼭 한 사람쯤은 있다.

말이 끊기지 않도록 이어가고, 분위기를 주도하며, 자신이 중심에 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겉으로 보기엔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기업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10명이 둥글게 앉아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한 참가자가 계속해서 본인의 경험담을 길게 풀어냈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하려 하면 끼어들어 “그거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라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처음에는 다들 웃으며 받아주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굳어졌다.

결국 몇몇은 발언을 포기하고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모임의 목적은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한 사람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왜 중심이 되고 싶어 할까?

심리학적으로는 인정 욕구와 존재감 확인 욕구가 강한 경우다.

모임에서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면 불안하고, 대화의 중심에서 벗어나면 스스로 가치가 낮아지는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고,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시간이 갈수록 주변의 호감을 잃고, 관계 피로를 키우게 된다.


동호회 모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매번 모임 장소를 본인이 정하고, 프로그램을 주도하려는 회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적극적인 모습이 고마웠지만, 점차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늘 같은 패턴의 모임이 반복됐다.

나중에는 몇몇이 “그 사람 때문에 재미가 없다”며 발길을 끊었다.

주도하려던 의도가 결국 모임을 무너지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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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을 대할 때 주변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무엇일까?


첫째, 발언의 균형을 유도하는 것이다.

누군가 말이 길어지면 진행자가 “이번에는 다른 분 생각도 들어볼까요?”라고 자연스럽게 넘겨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회의나 모임에서 진행자의 이런 한마디가 분위기를 크게 바꾼다.


둘째, 중심 욕구를 이해하되, 적절히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무조건 피하려 하면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대신 “당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신호를 주면서도,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기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인정은 주되, 주도권은 나누어야 한다.


셋째, 모임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의라면 발언 시간을 제한하거나, 동호회라면 돌아가며 의견을 말하도록 하는 식이다.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결국 말이 많은 사람이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중심이 되고 싶은 사람의 속마음을 알면, 불편함보다는 이해가 먼저 생긴다.

그들은 대부분 ‘과시’라기보다 ‘불안’을 안고 있다.

자신이 주목받지 않으면 소외될까 두려운 마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마음을 조금만 이해하면 억울함이나 짜증이 줄어든다.


“知彼者 心安也.”

상대의 욕구를 알면 내 마음이 덜 흔들린다.


늘 중심이 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들의 행동이 불편하게만 보이지 않고 ‘존재를 확인하려는 욕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응도 달라진다.

필요할 땐 인정해 주되, 선을 그어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것이 관계를 지키면서도 내 마음을 지키는 지혜다.


모임은 함께 어울려야 의미가 있다.

한 사람이 독점하는 순간 모임은 빛을 잃는다.

그러나 중심을 차지하려는 이들을 적절히 이해하고 다루면, 모임은 다시 건강한 에너지를 되찾는다.


결국 관계의 열쇠는 상대를 아는 눈에 있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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