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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보고보다 눈치에만 민감한 직장인

『知彼者 心安也』 일곱 번째 글

by 멘토K


어떤 직장인은 보고서보다 사람의 표정에 더 민감하다.

상사의 기분이 조금만 달라져도 불안해하고, 회의실 공기가 살짝 무거워지면 할 말을 삼킨다.

업무의 본질보다 분위기에 휩쓸려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은 일을 제대로 풀어내기보다 “지금 말해도 될까? 혹시 불편해하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한다.

결국 보고와 의사결정의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한 금융회사의 예시가 있다.

신입사원 A는 보고서를 꼼꼼히 준비했지만, 상사가 피곤해 보이자 차마 보고하지 못했다.

며칠을 더 미루다 보니 중요한 결재 시점을 놓쳤고, 프로젝트 전체 일정이 흔들렸다.

상사는 “왜 보고를 늦췄느냐”고 질책했지만, A의 대답은 단순했다.

“그날 팀장님이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결국 보고보다 눈치를 우선한 결과가 조직 전체의 손실로 이어진 셈이다.


다른 중견기업에서는 팀장이 회의 중 농담을 던지자 몇몇 직원들이 일제히 분위기를 맞추느라 웃었다.

그러나 정작 회의의 핵심 안건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흘러가 버렸다.

팀원들 대부분이 상사의 표정과 말투에만 신경 쓰다 보니 중요한 질문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겉으로는 원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눈치 민감성’이라고 부른다.

눈치가 적당히 발달하면 상황 판단력이 된다. 하지만 과도해지면 ‘업무’가 아니라 ‘사람의 기분’이 기준이 된다.

눈치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관계를 지키는 전략 같지만, 결국 일의 본질은 흐려진다.

특히 한국적 직장 문화에서는 이런 유형이 더 흔하다.

상사의 기분을 먼저 살피는 것이 예의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눈치에 민감한 직장인이 팀에 미치는 파급 효과다.


첫째, 업무 지연이다.

보고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의사결정을 미루게 된다.


둘째, 정보 왜곡이다.

사실보다 상사의 기분에 맞춰 말하다 보니 보고의 객관성이 떨어진다.


셋째, 팀 분위기의 왜곡이다.

모두가 눈치를 보게 되면 진짜 문제 제기는 사라지고, 겉도는 대화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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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첫째, 보고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보고는 상사의 기분이 아니라 일의 시급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업무 보고는 반드시 그날 안에” 같은 규칙이 있으면 눈치에 따른 판단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둘째, 사실과 감정을 분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상사의 표정이 불편해 보여도, 업무적으로 꼭 필요한 보고라면 전달해야 한다.

중요한 건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다.

물론 전달 방식은 부드럽게 할 수 있다.

“지금 피곤해 보이시지만, 꼭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셋째, 눈치를 읽는 능력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눈치를 보는 건 곧 상황을 민감하게 읽는 능력이다.

이 힘을 기분 파악에만 쓰지 말고, 문제의 흐름과 업무의 리스크를 읽는 데 활용해야 한다.

‘사람의 표정’보다 ‘일의 맥락’을 읽는 훈련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실제 한 IT기업은 보고 문화 개선을 위해 ‘기분에 상관없는 슬랙 보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요한 내용은 상사의 표정이나 시간대와 관계없이 언제든 메신저로 남기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보고 지연이 줄고, 상사의 기분을 지나치게 의식하던 직원들도 훨씬 편안하게 일할 수 있었다.


눈치를 본다는 건 결국 “나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방식이 잘못되면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온다.

눈치만 보다 업무를 놓치면 결과적으로 더 큰 비난과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知彼者 心安也.”


눈치에 민감한 동료나 후배를 볼 때, 그 행동 뒤에는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마음을 이해하면 불필요한 짜증 대신 도움을 줄 수 있다.

“네가 전해야 할 건 내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다”라는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조직 문화는 달라진다.


직장에서는 눈치보다 일이 우선이다.

눈치를 잘 본다고 관계가 유지되는 게 아니다. 결국 관계를 지켜주는 건 성실한 보고와 신뢰할 만한 결과다.


상대의 심리를 알면, 나의 마음이 편해지고, 조직의 일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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