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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추석명절,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가족유형

『知彼者 心安也』 아홉 번째 글 #

by 멘토K

#9. 추석명절,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가족 유형

명절은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감정이 오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뜻한 인사와 웃음이 오가지만, 어느 순간 불편한 공기가 감돌 때가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두 명의 가족 구성원이 ‘선을 넘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명절 스트레스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은 ‘가족 간의 말’에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한마디 건넸을 뿐인데, 상대는 상처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이런 대화들이다.
“아직 결혼 안 했어?”
“애는 언제 가질 거야?”
“요즘은 부모님께 효도 좀 하냐?”
“그 나이에 직장은 안정적이냐?”


말한 사람은 관심이라 하지만, 듣는 사람은 압박으로 느낀다.

명절이라는 공간은 묘하게 사람들을 ‘비교’하게 만든다.

사촌의 성취, 형제의 삶, 자녀의 성적까지 모두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결국 명절은 축제보다 ‘비교의 장’이 되어 버린다.


가장 흔한 유형은 ‘조언형 가족’이다.

누군가의 인생에 꼭 한마디씩 덧붙인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말은 대체로 듣는 사람의 숨을 막는다.

조언은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의 삶을 평가하는 행위가 되기 쉽다.


다음은 ‘비교형 가족’이다.

“너희 사촌은 이번에 승진했다더라” “누구는 집 샀다더라” 같은 말은 듣는 사람을 작게 만든다.

비교의 말에는 ‘관심’보다 ‘기준’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대부분 일방적이다.


또 한 부류는 ‘무심한 듯 예민한 가족’이다.

겉으로는 말을 아끼지만, 표정과 행동으로 불편함을 드러낸다.

대화 중 스마트폰만 보고 있거나, 누군가의 말에 미묘한 한숨을 내쉰다.

말보다 표정이 더 많은 것을 말하는 경우다.


한 여성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명절이 되면 엄마보다 작은어머니가 더 무서워요. 말은 안 해도, 제가 늦게 일어나거나 요리를 잘 못하면 눈빛으로 다 말해요.”


이런 관계는 말보다 눈치로 지쳐가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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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불편한 가족 관계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첫째, ‘선 긋기’는 무례가 아니다.
가족이라도 침범하면 안 되는 영역이 있다.

“그건 제가 결정해야 할 부분이에요” “지금은 제 방식대로 해보고 있어요”라는 말은 차가운 말이 아니라 건강한 경계 선언이다.

오히려 그런 말이 쌓여야 관계가 오래 간다.


둘째, ‘대화의 초점’을 바꿔라.
과거나 비교 대신 현재의 안부에 초점을 맞추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요즘 어떻게 지내?” “건강은 어때?” 같은 질문은 관계를 가볍게 만든다.

반면 “요즘 얼마 벌어?” “직장은 안정적이야?”는 관계를 무겁게 만든다.


셋째, ‘대응하지 않음’도 하나의 전략이다.
모든 말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

불편한 말을 들었을 때, 억지로 해명하거나 반박하기보다 웃으며 넘어가는 것이 현명할 때도 있다.

말다툼으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오히려 침묵이 더 큰 메시지가 될 때가 있다.


넷째, ‘가족의 패턴’을 이해하라.
가족 모임의 불편함은 대부분 반복되는 패턴에서 비롯된다.

매년 같은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고쳐지지 않는 성향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기대가 줄고, 마음의 피로도 덜어진다.


명절 때마다 가족 간 갈등이 터지는 이유는 결국 ‘서로의 경계를 모른 채 가까워지려 하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워지려는 마음이 오히려 상처를 만든다.

진정한 가족관계는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마음을 잃지 않는 관계다.


“知彼者 心安也.”


가족의 말은 사랑과 상처 사이에 있다.

불편하게 만드는 가족의 말도, 그 이면에는 ‘관심’과 ‘불안’이 섞여 있다.

상대를 이해하되, 내 마음의 평온을 지키는 선을 세우는 것.

그것이 명절 후에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지혜다.


명절이 끝난 후 진짜 남는 건 음식도, 선물도 아니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마음, 그리고 다시 만나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


그것이 진짜 가족의 온도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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