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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과는 가로채고 실수는 남 탓하는 동료

『知彼者 心安也』 다섯 번째 글

by 멘토K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유형의 동료를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팀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자신이 주도한 것처럼 윗사람에게 보고한다.


반대로 실수가 발생하면 “그건 제가 아니라 ○○가 맡았던 부분”이라며 책임을 슬쩍 떠넘긴다.

공은 독차지하고, 과오는 남에게 돌리는 태도다.


한 대기업의 프로젝트 팀에서 있었던 예시를 들어보자.

새로운 제품 런칭을 앞두고 팀원들이 밤낮없이 준비하던 시기였다.

최종 보고 자리에서 팀장은 한 특정 팀원의 발표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이 아이디어는 내가 시장을 분석하다가 도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발표를 준비했던 당사자는 입술을 깨물며 참아야 했다.


더 황당한 건, 프로젝트 진행 중 발생한 일정 지연 문제를 두고는 “○○가 담당 파트를 늦게 넘겨서 그렇다”며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사실은 팀장이 의사결정을 미루면서 벌어진 지연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은 팀 분위기를 순식간에 냉각시킨다.

성과를 가로챈 사람은 일시적으로 윗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팀원들 사이에서는 불신이 깊어진다.

“같이 일해봤자 결국 내 몫은 빼앗기고, 잘못만 뒤집어쓰겠구나”라는 회의감이 퍼진다.

결국 협력은 깨지고, 팀워크는 흔들린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들의 행동은 자기 보호 본능과 인정 욕구가 합쳐진 결과다.

성과를 가로채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려는 욕구이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다.

문제는 그 방식이 ‘타인을 희생시켜 얻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런 태도는 조직 내 신뢰를 가장 빠르게 갉아먹는다.


비슷한 사례는 중견기업의 영업팀 예시도 마찬가지다.

계약을 성사시킨 건 사실상 현장 직원의 발로 뛴 결과였지만, 보고 자리에서는 중간 관리자가 “내가 고객사와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이라며 성과를 가져갔다.


그러나 같은 관리자가 목표를 못 채운 달에는 “팀원들이 제대로 뒷받침을 못 했다”고 공개적으로 탓했다.

시간이 흐르자 유능한 직원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났고, 결국 남은 건 실적이 저조한 조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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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동료와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첫째,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성과든 업무 과정이든,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록이 분명할수록 공은 빼앗기기 어렵다.

보고 자료에 기여자 이름을 함께 넣는 것도 방법이다.

‘말’로만 주장하는 건 늘 불리하다.


둘째, 공개된 자리에서 역할을 분명히 드러내라.
성과 공유의 순간을 회피하지 말고, “이번에 제가 맡은 부분은 ○○이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이 이런 지원을 주셨습니다”라고 또렷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팀원 간 공을 함께 나누는 균형 잡힌 방식이다.


셋째, 정면 대결보다 전략적 거리를 유지하라.
성과를 가로채는 동료를 정면으로 비난하면 오히려 “협업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차라리 업무 경계와 역할을 명확히 하며 불필요한 의존을 줄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조직은 결국 신뢰 위에서 돌아간다.

신뢰가 무너지면 협력은 사라지고, 남는 건 각자도생뿐이다.

성과를 가로채고 실수를 남 탓하는 동료는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동료의 신뢰를 잃고,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知彼者 心安也.”


이런 유형의 사람을 만났을 때 억울함과 분노에 사로잡히기 쉽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내가 지켜야 할 건 결국 내 역할과 내 마음이다.

상대의 태도를 바꾸려 하기보다, 내 경계와 방식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더 지혜롭다.


성과를 가로채는 사람,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건 그 속에서 내가 무너지지 않고 나의 길을 지켜내는 일이다.


상대를 알면 억울함은 줄어들고, 내 마음은 조금 더 편안해진다.

이것이 결국 관계 속에서 살아남는 지혜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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