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9. 데이터의 시대, 인간의 경험이 다시 빛난다

『AI시대, 시니어의 시간이 다시 온다_에이니어 아홉번째 글

by 멘토K

데이터의 시대라고들 말한다. 어느 기업이든 숫자를 말하고, 어떤 비즈니스를 들어가도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자주 착각한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다고 해서 통찰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데이터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지만, 그 나침반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힘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그리고 그 인간 중에서도 시니어가 가진 경험은 데이터 시대에 오히려 더 빛난다.


AI와 데이터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 쉽게 숫자에 의존한다.

판매량, 클릭률, 재구매율, 라이프타임 밸류 같은 지표들이 모든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데이터가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알려주지만, ‘왜 일어났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왜’를 읽어내는 능력, 그것이 바로 경험의 힘이다. 시니어는 그 왜를 체감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한 시니어 컨설턴트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숫자로만 판단하려고 해요. 그런데 고객의 표정만 봐도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감이 오거든요.”

이 말에는 오랜 현장에서 길러진 관찰력, 시간 속에서 축적된 직관이 담겨 있다. AI는 데이터를 정리할 수는 있어도, 이 감각을 배울 수는 없다. 데이터는 과거를 기록하지만, 경험은 과거를 해석해 미래를 만든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숫자와 인간의 해석이 충돌하는 순간이 자주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매장의 데이터는 특정 시간대 방문객이 적으니 그 시간대 운영을 줄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험 많은 시니어 사장은 그 시간대만의 ‘고객의 숨은 목적’을 알고 있다. 누군가는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해 일부러 그 시간에 온다는 것, 누군가는 점심과 저녁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에서 여유를 찾으러 온다는 것. 데이터만 보면 드러나지 않는 맥락이다. 이 경험의 해석이 향후 전략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AI 시대의 창업과 창직에서도 경험은 더 강력한 자산이 된다.

젊은 창업가들은 최신 도구를 빠르게 익히지만, 그 도구를 어디에 적용해야 진짜 가치가 생기는지는 시니어가 더 잘 안다.

예를 들어 ChatGPT가 제안해주는 사업 아이템은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아이템이 어떤 고객에게, 어떤 타이밍에, 어떤 감정 상태에서 먹히는지는 경험 없이는 절대 읽어낼 수 없다. 시니어는 그 감정의 흐름을 알고, 고객의 심리를 꿰뚫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데이터는 숫자지만, 경험은 사람이다. 이 둘이 만날 때 비로소 비즈니스가 완성된다.


나는 종종 시니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답을 주지만, 당신은 경험을 통해 질문을 만든다.”

질문이 바뀌면 답도 바뀐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언제나 깊이 있는 경험에서 나온다. 젊은 세대는 답을 잘 찾고, 시니어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 안다. 이 조합이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전략이 된다.


데이터 산업이 성장할수록 사람들은 더 쉽게 숫자를 믿는다.

하지만 숫자만 보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사람과 관련된 영역, 서비스와 교육, 상담과 마케팅 같은 분야에서는 데이터보다 경험의 해석이 더 중요하다. 고객이 왜 그 말을 했는지, 왜 오지 않았는지, 무엇이 불편했는지, 어떤 감정이 작동했는지. 이것은 데이터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체감한 사람이 가장 잘 안다.


AI도 결국 경험을 따라 배우는 존재다.

ChatGPT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했지만, 인간처럼 실패를 겪어본 적은 없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 상황을 수습하는 사람의 태도, 마음을 돌리는 한마디 말. 이런 것들은 데이터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시니어는 이 모든 것을 실제로 겪어왔다. 이 차이가 AI 시대의 경쟁력을 만든다.


50대, 60대 시니어들이 가진 경험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를 견뎌낸 역사이며, 문제를 해결한 흔적이며, 인간을 이해하는 감각의 총합이다.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하지만, 경험은 방향을 결정한다. AI는 빠르게 계산하지만, 시니어는 깊이 있게 판단한다. 서로의 역할이 다르기에, 둘이 만나면 비로소 완성이 된다.


AI와 데이터가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여전히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다. 데이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경험을 통해 ‘의미’를 만든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의미를 만드는 능력은 인간에게 있다. 의미 없는 숫자는 가치가 없다. 그 의미를 붙잡아내는 것이 시니어의 경험이다.


AI 시대는 인간의 능력을 약하게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깊게 만들어주는 시대다.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더 넓게 보고, 경험을 통해 더 깊게 이해하는 시대. 그래서 시니어의 경험은 지금 다시 빛난다. 그것은 예전에 쌓인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위해 준비되어 있던 자원이다.


나는 오늘도 확신한다.

AI가 세상을 분석한다면, 인간 경험은 그 세상을 해석한다. 그리고 해석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리더다.


데이터가 넘치는 세상에서,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언제나 경험이다.


- 멘토 K -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8화#8. 기술보다 중요한 건 통찰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