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살레길을 걷다 
일요일 오전 혼산길 후기..
이틀 전, 창밖을 때리던 비바람은
나뭇가지마저 꺾어버릴 만큼 거셌고
어제는 하루 종일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그러다 맞이한 오늘, 일요일 아침.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
비가 모든 것을 씻어낸 듯, 공기는 깨끗했고
6월의 햇살은 말 그대로 ‘쨍쨍’하다.
이런 날엔 어김없이 그곳으로 향한다.
나의 일상 속 쉼표 같은 공간,
자주 찾는 파주 살레길.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길이다.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
숲의 숨소리, 바람의 방향,
그리고 나 자신의 리듬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
살레길, 어지러운 마음을 다독이는 길
비바람이 지난 자국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부러진 가지, 젖은 나뭇잎,
그리고 흙 위로 스쳐 지나간 물길의 흔적들.
하지만 그 위로 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부서지는 빛의 조각들이 숲속 이파리마다 내려앉아
이곳이 한동안 거센 바람과 싸웠던 장소라는 걸 잊게 만든다.
나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자주 걷던 익숙한 산길이지만
오늘은 유독 새로운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씻겨나간 뒤라 그런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맑아지고 싶었던 걸까.
살레길은 늘 같은 모습 같지만,
사실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걷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이 된다.
오늘은 햇살과 바람,
그리고 지난 며칠의 날씨까지 함께 걸어주는 기분이었다.
쨍한 햇살 아래, 스스로를 다시 세우다.
6월의 햇살은 가볍지 않다.
등 위로 떨어지는 빛은 묵직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그 햇살 속에는
말할 수 없는 위로가 숨어 있다.
비바람을 견디고,
흐림을 지나고,
마침내 맑게 갠 하늘.
마치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감정의 폭풍,
어제의 무기력한 침묵,
그리고 오늘, 다시 웃게 만드는 작지만 확실한 햇살.
이 길을 걸으며 문득,
“산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너지고, 흩어지고, 다시 견디며.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
그게 자연이고, 그게 나이기도 하다.
햇살과 바람 사이, 다시 평온해지는 마음
살레길의 일요일 오전은 늘 고요하다.
많은 이들이 아직 이 길을 모르는 게
때론 고맙기까지 하다.
혼자 걷는 길.
하지만 전혀 외롭지 않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
가끔은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
그리고 바닥을 덮은 지난 흔적들.
그 모든 것이 나와 함께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늘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말 그 시간을 갖는 이는 드물다.
나에게 혼산은
단순히 혼자 걷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를 마주하고,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조용한 대화’다.
오늘처럼 맑고 뜨거운 햇살 아래,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비바람은 늘 지나가고,
그 끝엔 이렇게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오늘, 그 하늘을 걷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