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켠의 아홉번째 시
무겁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날이 있다.
책임이라는 단어 아래
나는 종일 허리를 굽힌다.
말을 아끼고,
화를 삼키고,
속도가 안 나도 버텨야 한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믿음직하다”고 말한다.
그 말에 대꾸하지 않는다.
그 말조차, 짐이 될까 봐
가끔은 내려놓고 싶다.
그냥 나 하나쯤
빠져도 되는 사람이었으면
하지만 나는
빠지지 않는다.
빠질 수 없다는 걸
너무 오래 알아왔기에
오늘도 나는
책임이라는 말 아래
묵묵히 서 있었다.
누구에게도 내 무게를
나눠줄 수 없었다.
- 한켠의 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