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켠의 열두번째 시
서로의 자리를 지나치며
짧게 인사를 나누고,
회의에서 의견을 주고받고,
점심 메뉴를 함께 정한다.
우리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같은 공간에서 보낸다.
하지만 퇴근 후의 문을 나서면
그 인연은 언제나 거기서 멈춘다.
아픈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가족 얘기는 물어보지 않는다.
이름 뒤에 ‘씨’나 ‘님’이 붙은 호칭이
관계의 경계선을 그어준다.
가끔은 그 경계가
더 이상 좁혀지지 않을 것을 안다.
서로의 사정을 굳이 파고들지 않는 것,
그게 직장에서의 예의이자
무언의 안전거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동료와 함께 일하지만,
친구와 함께 있진 않았다.
- 한켠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