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팔아 넘기는 날

‘한켠’의 열세 번째 시

by 멘토K


가끔은

내가 내 마음을 헐값에 넘기는 순간이 있다.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삼키고,

억지로 웃으며 손을 맞잡고,

내키지 않는 약속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들.


그건 꼭,

손때 묻은 물건을 중고시장에 내놓을 때와 비슷하다.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가질 이유가 없는 물건처럼.


내 마음이 다치지 않으려면

때로는 스스로를 할인해야 한다.

그렇게 값이 내려간 마음을 건네고 나면

한동안 입안이 쓰다.


누군가는 이것을 ‘유연함’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사회성’이라 말한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나만 아는 건,

그 속에 남겨진 공허함의 무게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마음 한 조각을 떼어냈다.

받는 사람이 고마워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가격을 매기는 순간,

그건 내 것이 아니게 되었으니까.


- 한켠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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