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의 여행기
-전날-
아버지와의 여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남동생과 함께 셋이서 떠나는 여행이다. 나이 오십에 아버지와의 첫 여행이 이렇게 떨릴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오롯이 아버지를 위한 시간이다. 마음 한켠에 엄마에 대한 죄송함은 내려놓는다. 80년을 한결같이 살아 온 위대한 분과의 여행이다. 그 짧은 여행이 내일부터다.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는 예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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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이른 새벽 3시에 눈을 떠 짐을 챙기고나니 4시다. 택시를 불러 김포공항 가는 길. 어두운 길 속에 많지 않은 차들만이 도로를 달린다. 집에서 김포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은 10년도 더 이전의 일이다. 이른 아침에 공항에 도착해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가족, 친구들과 혹은 혼자서 분주하게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1시간 남짓 후에 아버지와 동생이 도착했다. 그리곤 하늘길을 걸어 제주다.
-첫 식사-
동생의 안내로 고기국수 맛집을 찾아 갔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 지금도 한 그릇 뚝딱. 아들들보다 훨씬 강인한 분이다. 그 때 나는 나에게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 '왜 지금인가? 좀 더 서두르지.. 엄마가 아프기 전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평생의 한이 이렇게 반쪽이나마 풀리는 그 장면에 국수 한 그릇이 있었다.
-그리고 겨울바다-
나는 이유없이 겨울바다를 좋아한다. 찬 공기가 목을 스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바다를 본다. 참 좋다. 아버지와의 여행이어서 더 좋다.
-갑작스런 잠깐 동안의 산행-
"너희만 아니면 정상까지 갔다. ㅎㅎ"
아들 둘을 뒤에 두고 먼저 올라가시면서 하시는 말씀이다. 그 뒷 모습이 너무 좋다. 다행이다.
'아버지, 항상 지금처럼만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숙소에서, 맥주 한 잔과 이야기-
나는 아버지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만이다. 그 분의 삶을 감히 내가 얼마나 알것인가? 채 어린아이의 티를 벗기 전에 소를 끌고 우시장에 당신의 아버지를 만나러 갔던 얘기를 하시면서 담담히 그랬었다고 그때는 다 그랬다고.. 그러신다. 산을 넘어 큰 냇가를 건너. 그랬더니 나의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에게 그러셨단다.
'아니고, 여기가 어디라고 네가 소를 끌고 왔어. 아니고..'
나의 할아버지는 무섭고 묵뚝뚝한 분이다. 항상 소리를 지르는 모습만 기억난다. 하지만, 그분도 누구의 아버지였고, 열심히 먹고 살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삶을 불태웠던 그 시대의 아버지였다.
-그 다음날-
날이 좋아 다행이었다. 3부자는 열심히 다녔다. 그 풍경을 담아 내어 본다.
동생의 세심한 안내로 좋은 풍경을 많이 만났다. 아버지는 참 잘 걸어다니셨다. 여행사 따라서 오신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뒷 모습-
뭐라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수 많은 생각이 스치는데,, 부족한 나의 필력으로는 담아내지 못하겠다. 다만, 나에게는, 나에게만은 이 사진 한 장은 장편소설이다. 그 만큼의 역사와 서사와 희노애락과 삶의 무게다. 글을 쓰기에는 감정이 너무 앞서서 사진 몇 장과 글로 대신한다. 더 늦어지면 나는 이 글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다.
ps.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분이 있다면, 지금 아버지에게 전화 한 번 어떠냐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