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아침부터 시작된 어두움은 나를 날뛰게 만들었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이리저리 고무공처럼 튀는 감정은 주변의 사람, 내가 가장 아껴야 하는 사람의 가슴을 깊이 파고 들었다. 겨우 눌러둔 그 어두움이 채 가시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갔다.
어제 아침, 결국은 터져 버린 나는 많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숨을 몰아 쉬고 5분이 지난 후, 계속 이대로 있는 것은 불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한 분께 문자를 보냈다.
'다른 일정 없으시면 오늘 점심 함께 어떠세요?'
나의 구조요청에 다행히 그분 부부께서 흔쾌히 시간을 내어 주셨다. 평소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아내지만, 나의 현재 상태를 알고 있는 아내는 점심식사에 동석해 주었다. 가벼운 대화가 오고 갔다. 나는 모든 것을 잊고 그 자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식사의 끝에 내가 왜 이 자리를 마련했는지 솔직히 말씀드렸다. '다 이해한다' 는 그 분들의 진심어린 반응은 나의 어두움에 작은 빛이 되어 주었다.
점심식사 후, 우리 두 부부는 멀리 영종도까지 가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마주했다. 이것은 우리 부부에게는 큰 선물이었다. 바닷바람에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 좋았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단순해지고 있었다. 한 참 발을 굴러 몸을 쓰고 나니 정말 좋았다. 상황은 아무것도 나아진 것은 없지만, 내가 아주 조금씩 어두움에서 풀려나고 있었다.
한 번의 식사와 한 번의 대화와 한 번의 외출로 나를 묶고 있는 세상적인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지금 살아 있어야 내일이 있다. 이 순간 살아야 다음 순간이 있다. 내 힘으로 안 될 때에는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숨어도 보고, 회피해 보기고, 억울함을 호소도 해 보고, 화를 터뜨리기도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방법을 원해서든 원치 않든 모두 동원한다.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지금의 순간을 살아내기 위해 어쩌면 가장 큰 용기일 수도 있는 - 자존심이 강할 수록 훨씬 힘든 - 이 말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도와 주세요. 제가 정말 힘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