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콩나물국밥 식사

by 질그릇

오후에 아내와 콩나물국밥집에 갔습니다. 동네 전통시장 맞은편에 있는 크지 않은 국밥집입니다. 아침부터 소화가 되지 않아 고생하던 아내가 오후에 들어서서는 조금 나아졌는지 콩나물국밥을 찾길래 함께 걸어 갔습니다. 3시 반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 식당인데, 2시 50분 즈음에 들어서니 자리가 없습니다. 잠깐 기다려 달라는 안내를 받고서는 식당 한 쪽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금방 자리가 나서 앉았습니다. 바로 옆에는 70대 후반이 넘어 보이시는 노부부가 앉으셨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식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작은 키에 등이 약간 굽으셨는데, 목소리는 체구에 비해서 또렸했습니다. 젖가락, 숫가락, 휴지, 물컵 등을 일사분란하게 챙기시면서도 계속 바로 앞에 앉으신 남편에게 말씀을 하십니다. 할아버지는 살짝 웃으시면서 대답을 하시곤 더는 말씀을 하시진 않습니다. 할머니는 날달걀을 탁 깨서 할아버지 앞 접시에 놓으시고는 자신의 것도 바로 깨서 넣습니다. 이제서야 할아버지는 식사를 시작하십니다.


할머니의 웃음과 말소리가 식사하는 내내 끊이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시는 듯 합니다. 그래도 삶의 내공이 두 분 다 있으셔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대화의 끈을 놓치 않고 식사를 이어 가십니다. 그리고는 저희가 먼저 식사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위 장면을 나는 왜 글로 옮기고 있는가? 왜 그저 스쳐 지나가지 못하는가? 그건 그 부부의 그 모습이 극히 평범하기 때문입니다. 그 평범함의 장막에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두 분의 삶과 그들만의 행복이 보였습니다. 오천원짜리 콩나물국밥을 대하는 모습이 저와는 많이 달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느끼는 각자의 삶의 가치는 달랐습니다. 물론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적어도 저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두 분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 식사 장소에서 품었던 저의 불행을 지웁니다. 이와 함께 짧은 순간에 저를 돌아보게 해 주신 노부부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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