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시작하면서 처음 받은 책 선물이다. 하루에 하나의 질문이 주어지고 답변을 적으면 된다. 1년을 주기로 동일한 질문을 같은 날짜에 받고, 이에 대한 답변을 적게 되어 있다. 그러니 까 5년 동안 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알 수 있다.
1월 1일 첫 질문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다.
새해 첫 질문부터 아직 적지 못하고 있다. 하루마다 하나의 질문이 있으니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미 세 개나 밀려 있다. 하지만 삶의 목적에 대한 답을 적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질문은 후순위다.
철이 들고 나서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왜 사는지?' 비슷하지만 왠지 다른 질문들을 수도 없이 많이 던져 왔는데, 새해 벽두부터 이 질문은 나의 걸음을 막고 있다.
떡하니 내 앞길을 막고, 이 대답을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대답을 못하고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는 것도 같다.
그럴싸한 답을 쓰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이 마구 꿈틀댄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그동안 나이를 제대로 먹고 있는지 스스로 부끄러울 때가 많았는데, 2021년 1월 초 다시 그 부끄러움 앞에 서 있다.
한국 나이로 오십이다. 하늘의 명을 알아 사물의 이치를 깨우친다는 나이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하늘의 명은 커녕 한 개인으로서 왜 사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도 스스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논어(論語)》〈위정편(爲政篇)〉에 나온다. 공자(孔子)가 나이 쉰에 천명(天命), 곧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고 한 데서 연유해, 50세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천명이란,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명령이나 원리, 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리키는 유교(儒敎)의 정치사상을 말한다.
공자는 만년에 〈위정편(爲政篇)〉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두산백과)
부끄럽고, 답답한 것은 이대로 인정해야 한다. 『오십년의 사춘기』라는 책 제목처럼 나는 이 혼란스러움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겪어내야만 한다.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겸손하게 '나'를 바라보고, 허허벌판에 우뚝 서 있는 이 질문에 답할 것이다.